김기문 “내년 1월 도입 준비 안돼
83만곳 심각한 경영위기 우려”
전문건설사 97% “대비 못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단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무기한 유예해 달라는 게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위해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소규모 사업장까지 법이 적용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을 앞두고 있다. 다만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2년 유예해 2026년부터 적용하는 법안을 다룰 예정이다. 김 회장은 “83만여 개에 이르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컨설팅 등 지원이 더 빠르고 과감하게 시행됐어야 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 인력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공공 부문 발주 공사부터 가격 중심의 입찰 제도를 최소화하는 등 건설공사 입찰 및 낙찰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등 18개 중소기업 및 건설업 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예 없이 2개월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현장의 혼란은 물론 준비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기업들이 대거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8월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80.0%가 “아직 준비 못 했다”고 응답했고 85.9%는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설사 대다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한다”고 답했다. 대응이 미흡한 이유로는 ‘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 부담’(24.4%) 등을 꼽았다. 따라서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51.5%)하거나 3년 유예해야 한다(26.5%)는 답변이 70%가 넘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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