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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빌보드 어워즈 ‘한자리’…장르로 인정받은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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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한 방탄소년단 정국, 뉴진스,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위에서부터). 이들은 올해부터 신설된 4개의 K팝 부문에서 각각 상을 받았다. [사진 빅히트뮤직, 빌보드,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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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강남스타일’의 싸이, 그리고 2017년부터 6년 연속으로 방탄소년단(BTS). 그간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에선 K팝 대표 주자 한 명(팀)만 호명됐다. 올해는 달랐다. K팝 시상 부문이 4개가 되면서 여러 K팝 가수에게 수상 기회가 생겼다. 19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BTS 정국, 뉴진스,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등이 상을 받았다. 복수의 K팝 가수(팀)가 BBMA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수상자와 사전 녹화한 소감 인터뷰 및 축하 공연 무대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빌보드 측이 이유를 밝힌 건 아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보인다. 앞서 ‘MTV 유럽 뮤직 어워즈’ 측도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세계적인 축하 행사를 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올해 시상식을 취소했다.

신설된 K팝 4개 부문은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톱 K팝 투어 아티스트 ▶톱 글로벌 K팝 송 ▶톱 K팝 앨범 등이다.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걸그룹 뉴진스가 받았다. BTS 지민, 트와이스 등 쟁쟁한 선배를 제친 뉴진스는 K팝 가수 중 최단 기간(2022년 7월 데뷔) 수상 기록을 세웠다. 멤버 해린은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가 받은 행복을 언젠가는 꼭 돌려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멤버 다니엘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1년간 월드투어 ‘본 핑크’로 전 세계 180만 관객을 만난 걸그룹 블랙핑크가 ‘톱 K팝 투어 아티스트’를 수상했다. BTS 정국은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른 솔로 데뷔곡 ‘세븐’으로 ‘톱 글로벌 K팝 송’ 수상자가 됐다. 정국은 이로써 BTS 기록까지 포함해 7년 연속 BBMA에서 수상했다. 8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정규 3집 ‘★★★★★’(파이브스타)로 ‘톱 K팝 앨범’을 받았다. 시상식에서는 뉴진스와 스트레이 키즈가 축하 공연을 했다. 흑백 의상의 스트레이 키즈는 ‘파이브스타’의 타이틀곡 ‘특’과 신곡 ‘락’을 선보였다. 뉴진스는 색색의 조명 속에서 실루엣 댄스를 펼친 뒤, 히트곡 ‘슈퍼 샤이’와 ‘OMG’로 무대를 꾸몄다.

올해 최다 부문 수상자는 미국 컨트리 스타 모건 월렌과 테일러 스위프트다. 각각 11개, 10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월렌은 정규 3집 ‘원 띵 앳 어 타임’으로 ‘톱 빌보드200 앨범’ 부문을, 또 싱글 ‘라스트 나잇’으로 ‘톱 핫100 송’ 부문을 휩쓸었다. 앨범과 노래 부문을 한 가수가 석권한 건 2004년 R&B 스타 어셔 이후 19년 만이다.

K팝 가수의 일반 부문 수상은 불발됐다. BTS 지민이 K팝 3개 부문 외에 일반 부문인 ‘톱 셀링 송’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 부문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받았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도 일반 부문인 ‘톱 듀오/그룹’ 후보에 올랐지만, 멕시코 밴드 푸에르자 레지다에 밀렸다. K팝 시상 부문이 늘어나면서 K팝 가수의 일반 부문 수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BBMA뿐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K팝 부문 신설은 하나의 흐름이다. 앞서 지난해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AMA)’도 K팝 부문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결국 음악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재 평론가는 “시상식에 K팝 부문을 두는 것에 대해 ‘K팝 가수를 특정 범주에 묶어 두려 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BTS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같은 메가 히트곡이라면 K팝 부문에만 가둬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오히려 K팝 부문 신설은 화제를 일으키는 K팝을 미국 음악 시장이 신진 장르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K팝이 R&B·록·라틴팝·랩·컨트리처럼 BBMA가 시상하는 다양한 장르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올해 K팝 부문이 없었다면, 사실 후보에 오르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며 “초동 판매량이나 차트 순위 등 단순한 팬덤 전략을 넘어서는, 바이럴을 확실하게 일으키거나 음악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는 등 좋은 음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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