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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세계 최초 타이틀보다 위암 환자에게 돌아갈 실질적 도움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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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

중앙일보

분당서울대병원 서윤석 위암센터장은 지금까지 이어온 위암센터의 성과에 무엇보다 환자 중심의 가치가 깊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유독 한국인의 발생률이 높은 위암은 말기(4기)를 제외하곤 수술이 최우선 치료법이다. 의료진·병원의 수술 실력에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이 좌우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위암센터는 최소침습 수술의 메카로 불린다. 세계 최초 복강경 위암 수술 500건 달성(2007년), 국내 최초(세계 두 번째) 싱글포트 위암 수술 도입(2010년), 세계 최초 싱글포트 위 전절제술 시행(2012년), 세계 최초 단일수술자 싱글포트 수술 시행(2013년), 누적 위암 수술 1만 건 달성(2021년) 등 굵직한 역사를 써왔다. 현재도 연 900여 건의 위종양 수술을 소화하면서 끊임없이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술법 개발·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윤석 위암센터장(외과)을 만나 분당서울대병원 위암센터가 중요시하는 연구 가치에 대해 들었다.

Q : 센터가 보유한 최초 기록이 참 많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A : “분당서울대병원이 개원한 2003년은 위암 복강경 수술이 세계적으로 붐업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에도 막 위암 복강경 수술이 보급되던 때인 만큼 주도적으로 국내 연구를 끌고 나갈 구심점이 필요했다. 이에 2004년 대한위암학회 산하에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가 창설됐고 분당서울대병원이 그 책임 연구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위암 복강경 수술 연구를 10년 넘게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조기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 대비 생존율 차이가 없으면서 합병증 발생률은 더 낮다’는 전국 단위의 다기관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전국 단위 3상 임상은) 외과 계열에서는 흔치 않은 세계적인 연구 성과다. 연구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그다음 단계, 새로운 시도, 또 이를 위한 과학적 근거 창출을 해나갈 수 있었다. 이는 국립대병원이 지녀야 할 책임감이기도 하다.”

Q : 위암 수술의 90%를 최소침습 수술로 한다고 들었다.

A : “그동안의 노하우 덕분에 진행 위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 도입도 다른 병원보다 빨랐고, 조기 위암뿐 아니라 진행 위암도 식도에서 먼 원위부(아래쪽 위)에 생긴 암의 경우 복강경 수술이 낫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지난해에 도출했다. 그래서 위암에 대해서는 일단 복강경으로 시도하고 있다. 단, 암이 너무 심해 (복강경으로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거나 충분히 접근할 수 없고 출혈이 너무 심할 것 같은 경우엔 무리하지 않고 개복 수술로 전환한다.”

Q : 위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수술로도 유명한 것으로 안다.

A : “30% 정도는 기능보존 수술을 한다. 위암 수술 후 위 기능을 유지하려면 위의 위쪽과 아래쪽 각각 끝에서 밸브 역할을 하는 괄약근(유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식도로 역류하거나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장으로 넘어가는 덤핑증후군이 생기게 된다. 암이 위 중간에 있으면 이 부위만 절제하고 남은 위·아래쪽 위를 붙여 양쪽 괄약근을 살린다. 또 위쪽 위(근위부)에 암이 있으면 보통은 조기 위암이라도 전절제를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아래쪽 위의 기능을 보존한 상태에서 소장을 식도에, 이 소장의 옆구리에 남은 위를 붙이는 이중통로문합술을 시도한다. 근위부 조기 위암에서 전절제보다 이중통로문합술이 비타민 흡수와 영양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보다 더 간단하면서 위 기능을 보존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꾸준히 연구·시도하고 있다.”

Q :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 “중요한 것은 새로운 수술 개발 자체가 아니라 환자에게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남들이 안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차별성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더 좋아질까’ ‘이 환자에게 무엇이 더 도움될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멍을 하나(기본은 5개)만 뚫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거의 절반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다.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구멍 개수가 적어짐으로써 줄어드는 정신적·신체적 부담의 차원이 다르다. 수술 후 만족도와 삶의 질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성이 목표였다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지도 모른다.”

Q : 향후 센터가 나아갈 방향이 궁금하다.

A : “위암 진료, 연구, 교육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위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위암 수술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첨단 위암 수술법의 발전과 과학적 검증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또 진행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개연구 기반의 신의료기술을 확대하고, 위암 수술을 배우고자 방문하는 국내외 의학자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제공해 세계적인 위암교육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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