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생기는 질환을 ‘수부 질환’이라고 한다. 손의 종양·염증·외상 등을 일컫는다. 미세한 감각·동작 기능을 수행하는 손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서 힘줄·신경·뼈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 난도가 높다. 이런 손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다.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정형외과·성형외과 전문의가 2년간 손의 해부학적 구조와 치료법을 집중적으로 배운 뒤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이 제도는 대한수부외과학회가 2005년부터 시행해 왔다. 선천성 손 기형과 수지 접합뿐 아니라 손 관절염, 주먹이 잘 안 쥐어지는 인대염, 손이 저린 신경 압박 등도 수부외과 전문의가 치료한다.
수부 질환은 스마트폰 사용, 레저 인구 증가와 맞물려 많아지고 있다. 또 노화로 인한 손가락 변형과 기능적인 문제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욕구가 높다. 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부 전문의를 찾으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으며 시간·비용을 낭비할 우려를 덜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 W병원 우상현 병원장은 “통증이 심한데도 수부 질환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해 주변에서 꾀병으로 오해하거나 병의 경과에 따른 올바른 치료를 못 받고 오랜 기간 반복되는 통증·불편함을 겪는 환자가 의외로 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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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비슷해도 구조적 원인 제각각
손가락·손목의 저림·통증 등을 일으키는 수부 질환은 다양하다. 손에 흔하게 생기지만 생소한 수부 질환 중 하나는 양성 종양인 ‘사구체 종양’이다. 사구체는 손톱 뿌리 쪽 피부 밑에 위치한 체온 조절을 돕는 혈관인데 이게 덩어리처럼 뭉쳐 말썽을 일으킨다. 환자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바늘로 찌르는 듯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찬 바람에 노출되면 욱신거리는 극심한 통증이 심해진다.
손가락·손목 사용이 많아지면 힘줄에 염증이 잘 생긴다. 이를 건초염이라고 한다. 골프 치는 사람에게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아쇠 수지(협착성 건초염)가 대표적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검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 딸깍거림이 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이 두꺼워지거나 힘줄이 지나가는 터널이 좁아지면서 발생한다. 집안일을 많이 해온 중년에게는 ‘드퀘르뱅 증후군’(손목 건초염)이 흔하다. 물건을 집을 때 엄지손가락과 주변부에 욱신욱신한 통증이 나타난다. 새끼손가락 쪽 손목에 콩알만 한 작은 뼈가 문제를 일으키는 수부 질환(콩알뼈 복합 증후군)도 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날 때, 칼질할 때 통증이 있다.
다양한 수부 질환은 초기에 진단받고 보존 치료를 받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재발이 반복하고 질환이 진행하는 경우엔 수술로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명과 진행 정도를 모르고 비수술 치료만 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우상현 병원장은 “손 질환을 치료할 땐 처음부터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인지 확인하고 접근해야 한다. 수부 전문의는 병명과 진행 상태에 따라 적합한 비수술·수술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손의 피부·신경·인대·관절·뼈 등 구조물의 근본 문제를 찾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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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 등 응급 땐 수지접합 전문병원
손은 다치기 쉬운 부위라서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찢어지고 골절되거나 절단되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손을 심하게 다쳤을 때 기억해야 할 건 보건복지부가 의료의 질을 평가해 지정한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손 부위의 난도 높은 손상 진료와 수술을 잘하는 의료기관임을 뜻한다. 손 혈관과 신경의 지름은 1㎜가 채 안 되고, 손가락 끝 혈관의 지름은 0.5㎜에 불과하다. 수술 시 신경 한 가닥을 놓치면 손끝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미세한 실수는 조직 괴사로 이어진다.
우 병원장은 “수지접합을 전문으로 한다는 것은 손 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혈관·신경 봉합이 가능한 수부 전문의가 잘린 손가락만을 붙이는 것이 아닌 모든 손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의미”라며 “손은 첫 수술이 잘못되면 2차, 3차 수술을 잘해도 안타까운 경우가 많으므로 피를 보고 놀라 다급히 가까운 응급실만 찾기보다 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손이 손상됐을 때 응급 처치로는 ▶다친 부위를 깨끗하게 씻고 ▶지혈을 위해 살짝 압박하는 붕대나 타월로 감싼 다음 ▶손을 높이 들고 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가면 된다. 손가락 절단 시 골든타임은 1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물질을 식염수나 수돗물로 닦아주고 절단된 손가락은 거즈 등에 싸서 비닐에 넣은 뒤 이를 다시 얼음물을 넣은 비닐에 넣어 이동하면 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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