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탄핵설에 반응 '무덤덤'…'일이나 하련다'
김건희 수사 지휘권 박탈…직무유기 성립 불가
"가능성없는 탄핵 남발"…할말은 한동훈 장관이
민주당 "논의한바 없다"…갈등격화 불씨는 여전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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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탄핵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이 총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장은 참모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자 무덤덤하게 “병문안이나 가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뇌출혈로 입원한 지청장 병문안을 다녀옵니다.
이후에도 주변에서 탄핵 관련 입장을 물을 때마다 이 총장은 ‘물어보지 말라’ ‘아무 할 말 없다’ ‘할 일이나 하련다’ ‘뭐하러 일일이 대응하느냐’며 덤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탄핵설 관련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탄핵은 고위공직자들에게 악몽 같은 일인 데다 앞서 이 총장은 야당에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고 반발한 적 있습니다. 심적 동요가 클법도 한데 태연하게 넘긴 배경은 무엇일까요.
우선 탄핵의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 총장이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탄핵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사건에 검찰총장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이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윤석열·김오수 전 검찰총장에 이어 이 총장 역시 김 여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고 지휘도 내릴 수 없습니다.
직무유기죄는 고의로 업무를 내던져버렸음을 입증해야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 총장은 타의로 김 여사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는 만큼 직무를 고의로 유기했단 논리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기각이 뻔한 셈입니다.
게다가 직무유기죄는 애초 입증이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사안을 모른 척하고 내버려 뒀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평범하게 원칙대로 일했을 뿐’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해도 고의성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능성 없는것 알면서도 탄핵 남발”…할 말 대신해주는 한동훈 장관
그동안 검찰은 민주당의 공세에 직접적인 맞대응을 자제해왔습니다. 공세에 일일이 반박하며 장외 설전을 벌이면 수사에 악감정이 실리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오해가 퍼질 수 있는 탓 입니다. 이 총장은 국정감사 등 의원들을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자리에서만 반박 입장을 내놓습니다.
검찰 내부의 들끓는 불만을 대신 표출해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존재도 이 총장이 직접 나서 입을 열 이유를 덜어줍니다. 검찰 출신인 한 장관은 취임 후 야권의 비리 의혹에 맹공을 퍼부으며 검찰에 방어막을 펴주고 수사의 정당성을 대신 피력해왔습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이 총장 탄핵 소식이 전해진 직후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은 이제 하루에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그런 탄핵들이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계산에 탄핵을 남발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내심 이 총장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속 시원하게 해준 셈입니다.
한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느냐”며 검찰총장은 차마 못할 엄포까지 내놨습니다.
한편 이 총장 탄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민주당은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대장동 428억 약정설 △정자동 개발 특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대선개입 여론조작 등 남아있는 야권비리 의혹 수사가 진전을 보이면 검·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놓고 탄핵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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