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수도 '1천23일'의 기억…세계유산 하나로 기록될까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인 경무대(임시수도대통령관저)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참혹했던 6·25전쟁 때 수십만명의 피란민을 포용하고,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다졌던 '피란수도 부산 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유네스코 등재가 추진되는 피란 수도 부산의 유산은 총 9개다.
서구에 있는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관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 주거지, 중구에 있는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등이다.
남구에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와 우암동 소막 피란 주거지, 부산진구에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도 포함된다.
세계유산 등재는 유산의 '탁월하고도 보편적인 가치'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증명돼야 가능하다.
부산시는 피란 수도 유산 9개가 6·25전쟁의 급박한 상황에서 1천23일 동안 임시수도로서 정부 기능을 유지하고 피란 생활, 국제협력 등의 기능을 유지해왔던 특출한 증거물이라고 판단한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연구용역과 조사를 통해 유산의 등재 가치를 밝히는 작업을 해왔다.
2018년에는 경무대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하고, 우암동 소막 피란 주거지를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나섰다.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인 국립중앙관상대(구 부산측후소) 전경 |
2022년에는 아미동 비석 피란 주거지와 부산시민 공원의 옛 부산미군장교클럽을 부산시 지정문화재로 지정하고, 부산측후소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 신청하는 등 유산의 법적 보존관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부산항 1부두는 북항 재개발사업 중 한때 멸실의 위험에도 처했으나 유산보존을 위한 협의를 통해 기존 계획된 도로를 우회하도록 하고 매립계획을 변경해 부두의 원형을 보존하기도 했다.
현재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피란 수도 부산 유산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최종 등재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첫발은 내디딘 상황이다.
앞으로는 우선 등재목록 선정과 예비 심사, 유네스코 현지실사 등 국내·외 절차들을 거쳐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종 등재에 필요한 보완연구와 개별 유산의 보존 노력, 시민들과 관계 기관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시는 등재 추진을 위한 제반 절차 준비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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