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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역사적인 결정"… 프랑스 법원, 해외입양 '서류조작' 사건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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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프랑스 입양아 김유리씨, 양부모에 학대·성폭행 당해

프랑스 민간입양기관 고발…佛 법원, 인신매매사건으로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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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입양아 김유리씨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법원에 프랑스 민간입양기관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해당 사진은 관련 자료.(김유리씨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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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역사적인 결정이에요."

해외입양인 김유리씨(51)는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다급하게 문자를 보내왔다. 대면이 아닌 문자였지만 김씨의 기쁜 마음이 전해졌다.

이유는 프랑스 법원에서 김씨의 입양을 인신매매 사건으로 받아들여 줬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해 1984년 자신의 입양을 주도한 프랑스 민간입양기관을 현지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리고 2주의 시간이 지나서야 프랑스 법원에서 해당 건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이번 고발 건 전에도 해외입양아들이 여러 차례 불법 입양을 고발했지만 프랑스 법원에서 받아준 적이 없었다"며 "이제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그 자체로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980년대 국내에서 불법 입양이 활개를 치던 시기 13살의 나이로 프랑스로 입양된 입양아다. 그는 부모님이 존재하는데도 고아로 서류가 조작돼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생이별하게 됐다.

프랑스로 입양돼서도 김씨는 양부모에게 성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등 고통받는 나날을 보냈다. 1984년 5월31일 불운하게 낯선 땅으로 입양된 김씨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버린 한국과 프랑스의 입양기관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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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씨와 남동생이1984년 프랑스로 입양됐을 때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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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마주한 낯선 땅…양부모는 그를 '칭키'라 불렀다

영문도 모른 채 프랑스에 도착한 날부터 김씨는 동생과 함께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첫날 도착해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는데 멀미가 있었어요. 동생이 차에서 토를 했는데, 양부가 차를 세우더니 동생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집으며 그걸 먹으라고 했습니다"라며 1984년 그날의 기역을 회상했다.

양부모는 김씨 남매를 '칭키'(동양 놈)라고 불렀다. '칭키'는 미국 등에서 황인종을 낮잡아 일컫는 인종차별 용어다. 김씨는 왜 그렇게 부르냐며 따졌지만 "너희들은 칭키잖아"라는 장난스러운 말만 돌아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부라는 사람은 그에게 성폭행을 가했다. 13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오갈 곳 없는 그는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수차례 양부로부터 성 학대를 견뎌왔다.

견디다 못한 그는 6년 후 집을 나와 양부모를 고소했다. 그 후 프랑스의 보호센터에서 지내며 대학교도 진학했지만 어릴 적의 상처,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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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3세의 나이로 프랑스로 입양된 김유리씨(50)ⓒ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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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조작돼 입양…지난해 1월부터 입양과정 되짚는 중

김씨는 자신이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프랑스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 자신의 입양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입양기관의 불법행위 증거들을 찾아 한국 입양 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UN 등 국제 사회에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과거 불법 해외 입양과 관련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인 진실화해위원회에도 신청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해외 입양 과정에 국가 등의 불법행위와 아동과 친생부모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일부 사람들은 입양 가서 잘 살았고 불어도 배웠으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문도 모른 채 부모님이 있는 곳을 떠나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살아봤으면 그런 말 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입양을 원한 적이 없고 국가와 기관으로부터 희생된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많은 해외 입양아들이 한국에서의 일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도 "개인적인 정보는 우리 입양인들만이 열람할 수 있다. 힘들더라도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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