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법안으로 재추진…내년 봄 실행”
15일(현지시간)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심사 받게 하는 계획이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뒤 리시 수낵 영국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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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려는 영국 정부의 불법 이주민 대책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지만 리시 수낵 총리는 그러나 긴급 법안을 도입해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르완다는 안전한 제3국이 아니므로 난민 신청자를 보내는 정부 계획은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을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법원은 르완다로 보내진 난민 신청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이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상당하다면서 정부 상고를 기각했다.
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르완다 계획이 합법이라고 판결했으나 항소법원은 지난 6월 이를 뒤집었다.
이번 판결은 총선을 앞둔 수낵 총리에게 큰 타격이다. 수낵 총리가 올해 초 내놓은 5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영불해협을 건너는 난민 신청자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정치권에서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난민 신청자 혹은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는 문제는 뜨거운 이슈다. 정부는 작년 4월 이들을 6400㎞ 떨어진 르완다로 보내서 심사받게 하는 계획을 내놓고, 르완다 정부와 관련 협약도 체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위험한 불법 입국을 알선하는 범죄조직의 사업모델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내외에서 비윤리적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에 작년 6월에는 유럽인권재판소의 막판 개입으로 난민 신청자 7명을 태운 비행기의 이륙이 몇 분 전에 취소됐다. 르완다행 비행기는 법원에서 정책 합법성 여부가 판정될 때까지 뜰 수 없게 됐다.
수낵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르완다와 협약을 새로 체결해서 이 계획을 되살릴 것이며, 이와 관련해 이미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르완다가 안전한 제3국이 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이송된 이들이 르완다에서 추방되지 않도록 법적 보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긴급 법안은 법안 통과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통상 법안 처리에 6개월∼1년이 걸리는 데 비해 긴급 법안은 하원과 상원 단계가 하루 만에 끝날 수도 있다.
수낵 총리는 또 “유럽인권재판소가 르완다행 비행기를 띄우는 것을 막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봄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낵 총리는 올해 들어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불법 이주민은 약 2만6699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약 30% 줄었고, 불법 이주민 2만명을 돌려보내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 후 보수당 내 일각에서 수낵 총리를 향해 르완다 계획을 살려낼 방안을 찾아내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유럽인권협약에서 탈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대법원에서 불법 이주민을 안전한 제3국으로 보내 처리하는 원칙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이주는 생명을 앗아가고 영국 납세자들에게 연 수백만파운드의 손실을 입힌다”며 “불법적으로 이곳에 체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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