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성서 30㎝ 나뭇조각 발견
8면 중 6면에 120여자 글 적혀
“목간 중 내용 가장 많아 귀한 자료”
15일 학계에 따르면,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양주 대모산성 동쪽 성벽 구간 일대를 조사한 결과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 시설에서 목간 1점을 발견했다. 목간은 길이가 약 30㎝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목간은 나무를 8각으로 다듬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8면 가운데 총 6면에 한 줄씩 글이 적혀 있다. 남은 2면 중 1면은 비어 있었고, 다른 1면에는 얼굴을 그린 듯한 형체와 글씨가 있다.
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궁예가 세운 나라인 ‘태봉’의 연호가 적힌 목간. 양주시·기호문화재연구원 제공 |
발굴 조사단은 목간 형태뿐 아니라 그 안에 적힌 내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글자가 남아있는 한 면을 해독한 결과 ‘정개 3년 병자 4월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간에 언급된 ‘정개’는 태봉국에서 914년부터 918년까지 약 5년간 쓴 연호를 뜻한다. 즉 정개 3년은 916년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태봉과 관련한 목간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날짜가 적힌 나무 면에는 ‘성(城)’, ‘대정(大井)’, ‘대룡(大龍)’이라는 글자도 확인됐는데 ‘성의 큰 우물에서 큰 용을 위한’ 행위가 있었고 이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조사단 측은 목간이 실용적 목적보다는 의례와 관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견 당시 목간은 나무로 만든 배 모양의 조각과 함께 집수시설에서 출토됐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양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돼) 알려진 목간은 납작한 형태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다각면 형태의 목간은 그 수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면에 쓰인 글자를 합치면 120여 자”라며 “연대가 확실하고 지금까지 나온 목간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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