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트레이더가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고 있다. 뉴욕 /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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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뚜렷하게 둔화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언제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인가로 향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내년 2분기 혹은 하반기에 해당하는 3분기에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미국 노동부 통계를 보면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2%로 전월(3.7%)나 시장 전망치(3.3%)를 모두 밑돌았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보합(0.0%)에 그쳐 한달 전과 비교해 물가가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타나났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여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대비 4.0%로 시장 예상치 4.1%를 하회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더라도 상품, 서비스, 에너지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물가오름세가 둔화하는 흐름이 모두 관찰됐다.
전월대비 상승률 기준으로 상품 물가가 0.1% 하락했고, 에너지 물가는 9월 1.5% 상승에서 10월 2.5% 하락으로 반전했다. 서비스물가도 0.3%로 오름폭이 전월(0.6%)보다 축소됐다.
미국의 물가가 전체적으로 둔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한 차례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이란 시장 전망은 거의 식었다.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물가도 떨어뜨리는 ‘연착륙’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게 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이 가라앉은 상태인데다가 미국의 물가도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0%로 전날(14.5%)에서 크게 하락했다. 연준의 긴축 종료 전망에 따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4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5% 가량 하락한 104.03까지 하락했다.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연 4.81%로 0.23%포인트 급락했고, 10년물 금리는 연 4.45%로 0.19포인트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월 물가는 기대 이상으로 약했고, 9월 이후 고조됐던 물가 재가속 우려는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의 금리경로 전망을 12월 추가인상에서 종료된 것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정도가 내년 초 0.25%포인트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추가 긴축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통화정책 운용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게 됐다. 한·미간 금리차가 더 벌어져 국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거나 외국투자자의 자금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물가가 둔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장기간 웃돌고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진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고 “상품 물가가 이미 낮아지고 있고 비주택 서비스 물가는 통상 반영이 서서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추가 진전의 열쇠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주택 관련 물가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날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2%까지 순조롭게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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