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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지갑만 가벼워지는 게 아니었네…고물가 속 슬금슬금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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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얇아진 오레오' 스캔들

프랑스·독일은 '고지 의무화' 추진

[기자]

치솟는 물가에 가벼워지는 것은 지갑만이 아닙니다. 고물가가 이어지며 식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줄이고 있습니다. 바로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정부가 부처별로 물가를 잡기 위해 이른바 빵 사무관, 과자 주무관을 둔다는 소식 전에 도시락에서 전해드렸는데요,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거세지고 소비자 저항도 커지면서 기업이 내놓은 꼼수가 바로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용량은 줄이는 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똑같은 값을 받는 대신에 양을 줄이는 건데, 소비자들에게는 물건 양을 줄이고 이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잖아요?

[기자]

업체별로 살펴보면 동원참치 통조림 1캔은 100g에서 90g, 8개 묶음 카스 맥주 한 캔 중량은 370ml로 5ml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양을 슬며시 줄이고 알리지 않아도 불법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제품 포장지에 소비자가격과 함께 중량·개수 등을 표시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표시 내용이 바뀔 때 고지할 의무는 없습니다.

[앵커]

물건 살때 제품 용량이 얼마나 바꾸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잖아요.

소비자들은 눈뜬 채로 가격이 오르는 걸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기자]

그래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몰래 용량을 줄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미국에서는 100년 역사를 가진 과자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 소비자가 습관처럼 우유 잔에 담그기 위해 쿠키 사이 크림에 포크를 찔러 넣었는데 쿠키가 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만큼 안쪽 크림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레오 제조사인 몬델리즈 측은 쿠키와 크림의 비율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주장들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제품의 양을 바꾸면, 이걸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각국 소비자 단체 등이 감시자 역할을 해왔는데요, 이제는 외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대표적인데요, 바뀐 내용 고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 9월엔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가 자체적으로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을 줄인 상품에 대해 매대 앞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실 제품 용량 늘리면 "확 커졌습니다!" 라고 포장에 크게 적어놓고 홍보하는데, 용량 줄이면 조용히 은근히 숨기잖아요. 줄어들었단 사실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겠습니다. 고물가 시대라 더욱 와닿네요.

이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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