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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환경부보다 세다…일회용 컵 없는 이곳, 배달용기 확인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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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청 소속 김모 주무관은 13일 점심식사를 주문하면서 다회용 용기에 담아 달라고 식당에 요청했다. 그러자 식당은 미리 받은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업체를 통해 보냈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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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맞죠?”

13일 오전 11시 50분쯤 경기도청 1층 출입구에서 김모(28) 주무관이 배달원에게 음식이 담긴 검은색 가방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30분 전 유선전화로 분식을 주문하면서 “꼭 다회용 용기에 담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사무실로 올라와 가방 위 똑딱이 단추를 열자 음식이 가득 담긴 스테인리스 밀폐 용기 5개가 나왔다. 업체에 따르면 다회용기는 7단계 공정을 거쳐 세척된다고 한다. 떡볶이 국물이 흐르는 걸 막기 위한 비닐을 빼면 일회용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친 김 주무관은 밀폐 용기를 다시 가방에 넣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배달 가방 앞면 QR코드를 찍자 다회용기 반납 사이트 창이 나타났다. 연락처·주소·가방수량 등을 입력하자 “반납 신청이 접수됐다”는 알림창이 떴다. 김 주무관은 배달 가방을 19층 엘리베이터 옆 다회용기 수거함에 넣어 반납을 마무리했다. 김 주무관은 “수거함에 용기를 넣으면 다음 날 업체가 수거해간다고 들었다”며 “처음 이용했는데 어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회용 용기 시범운영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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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 주무관이 식사를 마친 뒤 다회용 용기가 담긴 검은색 가방을 경기도청 19층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된 수거함에 넣고 있다. 수거함에 들어간 가방은 다음날 아침 업체가 수거해간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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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13일부터 새 정책실험에 돌입했다. 경기도청·경기도의회 청사로 음식을 배달할 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일회용 수저·포크·칼과 햄버거 김밥 등의 포장용지, 접는 종이용기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정식 시행에 앞선 시범실시 첫날이었지만, 이날 청사 곳곳에선 ‘조용한 변화’가 나타났다. 오후 4시쯤 경기도 청사 곳곳엔 “공지된 다회용기 배달음식점을 참고해 배달음식 다회용기 사용에 동참해달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담당 부서인 자원순환과엔 “오늘부터 다회용기 주문을 해야 하냐, 어디서 주문해야 하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정규 근무시간이 끝난 오후 6시쯤이 되자 청사 1층 탁자에 배달음식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다회용기에 담겼지만 일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에 들어 있었다. 자원순환과 직원들은 일회용품에 담긴 음식을 받아가는 이들에게 다가가 “다음부턴 다회용기로 주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한 직원은 “음식점에 다회용기로 주문했지만 아직 음식점들이 다회용기를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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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5시44분쯤 경기도청 청사 1층엔 야근을 위해 주문한 배달음식들이 도착해있었다. 일부는 다회용기에 담겼지만 일부는 일회용품에 담겨 있었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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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다회용기 사용 정책은 지난해 12월 15일 김동연 경기지사가 선언한 청사 내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화’ 선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내부에서 비판과 대안 제시를 맡은 경기도 ‘레드팀’이 지난해 9월 제안한 ‘청사 내 일회용품 제한’을 현실화한 선언이다. 김 지사는 이에 따라 4월 청사 내 일회용 컵 반입을 금지했다. 경기도는 같은달 일회용품 조례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장이 실내·외 행사 및 회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경기도의 조치는 최근 환경부 방침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 강화 조치에 따라 당초 계도기간이 끝나는 이번 달 24일부턴 식품접객업자는 매장 내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플라스틱 막대를 사용할 수 없고, 위반 시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는 제외한 것이다.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규제보단 권고와 지원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부선 엇갈린 반응



경기도 공직사회에선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되는 등 불편함도 적지 않은 만큼, 단체장이 바뀌거나 시간이 흐르면 용두사미식 정책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인천시는 2021년 2월부터 인천시 내 모든 공공청사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일회용품 배달 용기도 청사 내 반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이 바뀐 이후론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경기도 팀장급 공무원 A씨(40대)는 “다회용기 업체와 협약 맺은 식당에서만 음식을 시켜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결국은 청원경찰을 시켜 제지할 것 같은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직원 B씨도 “항상 점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일회용품을 가져오는 것까지 막을 수 있겠느냐”며 “적발되면 불이익 등을 줄 수도 있겠지만,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청 6급 공무원 C씨(30대)는 “제한 대상을 컵에서 배달 용기로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일회용품 금지에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시범 운영 동안 설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7급 공무원 D씨는 “청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면 취지도 좋고 장기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시범 운영 기간 소상공인 애로사항 등을 파악한 뒤 내년부턴 청사 내에 배달되는 음식물에 대한 다회용기 사용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은 필수적이다. 내년 정식 시행 전까지 미비한 점을 개선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석용· 손성배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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