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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독도수호 예산 삭감에 ‘독도 챌린지’로 맞서는 K팝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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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엑스(구 트위터)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에 ‘독도는 우리땅’ 음원을 입힌 독도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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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임영웅,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들이 ‘한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 중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 안무는 제각각이지만 노래는 하나다. 유명 연예인들의 안무 영상에 ‘독도는 우리땅’을 입힌 합성 영상이다.

최근 SNS에서 K팝 팬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과거 댄스 영상에 ‘독도는 우리땅’ 음원을 배경 음악으로 입힌 ‘독도는 우리땅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팬덤 문화가 연예계 이슈를 넘어 정치·사회적 현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도는 우리땅 챌린지’는 한 누리꾼의 게시글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7일 엑스(구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은 ‘정부가 독도 주권수호 예산을 삭감하고 독도의 날 행사를 조용히 치렀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독도는 우리땅 챌린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12일 오후 3시까지 약 2만6000회 리트윗됐다.

‘독도 챌린지’ 영상을 리트윗했다는 김예진씨(26)는 “정부가 할 일을 안 하니 시민들이라도 나서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특정 인기그룹에는 ‘퀴어 팬덤’이 생기는 등 팬덤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사회 참여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팬덤 대다수를 차지하는 2030대 여성이 정치 고관여층이 돼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K팝 팬 최승혜씨(25)는 “‘독도 챌린지’에서 사회적 관심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제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이전부터 케이팝 팬덤은 기부하고, 나무 심고, 카페·꽃집과 협업해 이벤트를 여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팬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도 역사 왜곡 대응 예산을 대폭 줄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본 역사 왜곡 대응 연구’ 예산은 올해 20억원에서 내년 5억3000만원으로 4분의 1 수준이 됐다. 독도 주권수호 예산 역시 올해 5억1700만원에서 내년 3억8800만원으로 25% 삭감됐다. 경상북도는 2021년 독도의 날에 ‘독도수호 결의대회’를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 해당 행사를 열지 않았다.

‘정부가 독도 수호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은 K팝 팬덤을 고리로 확산 중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독도 챌린지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글의 수가 600개를 넘어섰다. 지코·화사가 등장하는 ‘독도 챌린지’ 틱톡 영상에는 댓글이 1200여개 달렸다. 온라인 논문검색 사이트인 DB피아도 독도 챌린치 참여를 알리며 독도 관련 논문을 홍보했다.

전문가들은 K팝 팬덤의 영향력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덤이 과거와 달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신념과 소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미국에서 팬덤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행사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무더기 예매 후 취소하는 등 해외에서도 그 영향력이 확인된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좋아하는 스타에게만 열광하던 팬덤이 최근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등 달라지고 있다. 팬덤 문화가 과거보다 성숙해지고 폭이 넓어지는 양상”이라고 했다.

일종의 놀이문화를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우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와 같은 패러디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띠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재미로 하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이번 경우는 아이돌을 활용해 사람들이 즐거움을 찾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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