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예로 예방적 경찰활동 방향 제시…올해의 학술상 수상
"AI 예측력으로 행정·사법·입법의 새로운 미래 열릴 것"
인터뷰하는 이형석 교수 |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예방적 경찰활동은 공익과 사익 사이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법률전문가인 이형석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2일 예방적 경찰활동의 범위를 '범죄 사전 차단'으로 포괄하면서 '균형'을 강조했다.
이 교수가 집필한 논문 '독일의 예방적 경찰활동과 비례원칙 법리 전개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이론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로 세계사의 비극으로 남은 '9.11 테러'를 들었다.
2001년 당시 미국의 테러범 색출에 협조한 독일이 비행훈련을 받은 아랍인 대학생들의 메일과 SNS 로그 기록 등을 영장 없이 들여다본 일이 있었다.
독일 정부 기관은 공익을 위시한 예방적 경찰활동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폈지만,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규정했다.
헌법재판소가 근거로 든 논리는 비례 원칙이었다.
첫째,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둘째, 방법과 수단이 적정해야 하며 셋째, 공익과 사익의 균형이 맞아야 하고 넷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비행훈련을 받은 아랍인이라고 하더라도 전화, 메일, SNS 로그 기록을 들여다보는 건 사익이 공익에 묻히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행법상 개인정보보호법 외에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법률은 부족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논문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폭력적 사고가 사회, 학교, 가정에 광범위하게 분란을 일으킨다는 이 교수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
그는 경찰활동을 규정하고 실행하는 수사기관의 내규를 명령이나 법으로 격상해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도 폈다.
그는 "예방적 경찰활동은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인권과 사생활 침해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며 "이러한 활동은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비례성의 원칙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하는 이형석 교수 |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중심으로 한 이 교수의 논문은 치안정책 및 민간경비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한국민간경비학회의 추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올해의 학술상'을 받았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의 예측력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일을 덜어주는 참신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삼킨 AI가 입법 이후의 파급효과를 예측하면 사람의 입법 오류를 바로잡고 개정 횟수도 최소화할 수 있다.
행정에서는 인허가 절차의 정확성을 높여 업무가 수월해지고, 사법에서는 피고인의 재범 위험을 예측해 법관이 양형에 감안할 수 있는 데다 피고인의 신속히 재판받을 권리도 지켜진다.
다만 AI에 입력하는 정보 값이 편향돼서는 안 되기에 적법하고 객관적인 입법 모델을 제시했다.
비슷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인공지능 기본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교수의 이 연구 논문 역시 지난 3월 한국법이론실무학회에 소개됐다.
그는 "법은 시대변화를 예측하고 앞서나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AI 예측력으로 제도의 신설, 정책의 형성을 제언하고 헌법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고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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