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올해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뉴스타파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도를 한 혐으로 뉴스타파를압수수색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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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두 달이 지난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포렌식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 등 주요 피의자들의 압수수색물에 대한 포렌식 과정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소환조사 등 후속 수사 일정도 기약없이 늦춰지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의 포렌식 역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특정 수사에 발목이 묶이면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년치 외장하드’ 일일이 열어봐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위원장은 9일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 과정을 참관했다. 검찰이 9월 1일 신 전 위원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두 달 넘게 수사 초기 과정인 압수물 포렌식조차 마치지 못하고 있는 것. 법조계에 따르면 신 전 위원장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관일을 연기하거나 하드에 담긴 모든 파일을 일일이 열어보고 포렌식이 가능한 파일을 선별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포렌식은 압수수색물을 피의자와 함께 들여다보고 범죄혐의와 관련됐다고 인정되는 증거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통상 사건과 무관하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을 제외하고는 통으로 포렌식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신 전 위원장의 경우 외장하드에 담긴 10년치 파일에 대해서도 일일이 열어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위원장은 검찰에 ‘압수물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직 법원의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 처분을 당할 경우 법원에 불복을 신청하는 제도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물 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포렌식 작업은 2, 3주면 충분하다”며 “통상 피의자들이 굳이 포렌식을 두고 수사기관과 장기간 ‘기싸움’을 벌이지 않는데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 ‘포렌식의 늪’에 “전국 수사 악영향 우려”
지난해 대선 과정의 여론조작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특별수사팀까지 띄운 검찰에서는 이번 수사의 출발점인 신 전 위원장 수사부터 ‘포렌식의 늪’에 빠져 답보 상태라 답답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포렌식 작업이 지연되면서 검찰은 9월 초 신 전 위원장을 1차 조사한 후 두 달이 지나서도 아직 2차 조사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선 관련 수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로서는 대법원이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압수한 디지털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일관된 판시를 하고 있어 별다른 제지 수단도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변호사 선임이 필요하다며 조사를 거부하거나 조사 도중 변호인을 교체하고 다시 선임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언론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서 벌어진 ‘포렌식 지연’이 일반 사건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수사의 포렌식 지연이 전국 수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전국 13개 거점청에 72명의 포렌식 수사관을 배치하고 유기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며 전국의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인력이 집중되거나 포렌식 작업이 지연되면 다른 수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 포렌식 센터 개관 등 장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포렌식 전담 수사관 증원은 국회에서 직제 개편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서 탄력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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