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쓰레기 6년 사이 14배↑…CD 플레이어 없지만 CD는 '수북'
CD 없는 '대체 앨범' 발매 추세…"중복소비 조장 마케팅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어딜 내놔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K팝. 치솟는 인기에 앨범 판매량도 연일 고공행진입니다.
정부 공인 음악차트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K팝 앨범 판매량은 8천580만장.
이는 전년도 판매량(약 8천만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2010년 차트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앨범을 만들 때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덩달아 늘어났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지난해 801.5t으로 6년 사이 1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K팝 앨범은 CD, 화보집, 포토카드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버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과 함께 K팝 앨범을 뜯어봤습니다.
홍 소장은 앨범을 포장한 박스를 살펴본 뒤 "케이스 전체에 비닐이 입혀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쪽 면만 비닐을 입힌 단면 코팅 종이는 종이로 분리 배출할 수 있습니다.
양면 코팅 종이는 분리배출이 불가능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요.
포토카드가 대표적인 양면 코팅 종이입니다.
홍 소장은 특히 CD 폐기물이 문제라고 꼬집었는데요.
홍 소장은 "CD를 따로 모아 재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면서 "기획사가 CD를 모아서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최근 발매되는 일부 앨범은 콩기름으로 인쇄해 '친환경 앨범'으로 홍보하기도 하는데요.
홍 소장은 "보통 잉크는 석유 화학물질로, 식물에서 추출한 콩기름 인쇄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콩기름 인쇄를 하는 것보다 비닐 코팅을 하지 않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앨범을 계속 사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대표적으로 팬 사인회가 있습니다.
앨범 하나가 팬 사인회 응모권 하나인 셈이라 앨범을 많이 살수록 '내 가수'를 볼 확률도 높아지는 건데요.
줄 세우기로 응모 자격을 주는 일명 '팬싸컷'도 있는데, 인기 아이돌은 팬싸컷이 100장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죠.
앨범에 들어 있는 포토카드도 소비를 부추깁니다.
통상 앨범 하나에 포토카드가 1∼2장 들어있는데,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나오지 않으면 앨범을 더 사게 됩니다.
멤버당 포토카드 종류가 한 장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기본 수십 장, 많게는 100장 넘게 포토카드가 있어 앨범을 까고 까고 또 까봐야 하죠.
아이돌 팬인 남화정(26)씨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멤버 수가 매우 많다"면서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선 앨범을 많이 살 수밖에 없고, 판매 사이트별로도 사진이 다르기 때문에 앨범을 많이 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D는 전혀 듣지 않고, CD 플레이어도 집에 없다"고 말했죠.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 중 CD로 음악을 감상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CD 앨범의 대안이 되는 대체 앨범이 발매되는 추세인데요.
QR 코드나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환경에 유해한 CD 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크기가 작아 버릴 것도 비교적 적은 거죠.
업계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앨범과 별개로 중복소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기획사를 대상으로 포토카드 등 굿즈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같은 앨범이 몇 종류씩 나오고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가 있어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K팝 마케팅이 문제"라면서 "판매량 뻥튀기, 지나친 상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자랑스러운 K팝의 어두운 이면. K팝의 플라스틱 그늘은 사라질 수 있을까요?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송원선 | 편집·그래픽: 최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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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인 음악차트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K팝 앨범 판매량은 8천580만장.
이는 전년도 판매량(약 8천만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2010년 차트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앨범을 만들 때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덩달아 늘어났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지난해 801.5t으로 6년 사이 1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K팝 앨범은 CD, 화보집, 포토카드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각 구성품은 비닐 포장재로 곱게 싸여있고, 구성품 대부분은 말끔히 코팅된 상태입니다.
버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과 함께 K팝 앨범을 뜯어봤습니다.
홍 소장은 앨범을 포장한 박스를 살펴본 뒤 "케이스 전체에 비닐이 입혀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쪽 면만 비닐을 입힌 단면 코팅 종이는 종이로 분리 배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리 과정에서 비닐을 벗겨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비닐 폐기물이 추가로 나오죠.
양면 코팅 종이는 분리배출이 불가능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요.
포토카드가 대표적인 양면 코팅 종이입니다.
홍 소장은 특히 CD 폐기물이 문제라고 꼬집었는데요.
CD는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드는데, 자연 분해되는데 100만년이 걸립니다.
홍 소장은 "CD를 따로 모아 재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면서 "기획사가 CD를 모아서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최근 발매되는 일부 앨범은 콩기름으로 인쇄해 '친환경 앨범'으로 홍보하기도 하는데요.
홍 소장은 "보통 잉크는 석유 화학물질로, 식물에서 추출한 콩기름 인쇄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콩기름 인쇄를 하는 것보다 비닐 코팅을 하지 않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K팝 팬도 앨범 쓰레기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앨범을 계속 사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대표적으로 팬 사인회가 있습니다.
앨범 하나가 팬 사인회 응모권 하나인 셈이라 앨범을 많이 살수록 '내 가수'를 볼 확률도 높아지는 건데요.
줄 세우기로 응모 자격을 주는 일명 '팬싸컷'도 있는데, 인기 아이돌은 팬싸컷이 100장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죠.
앨범에 들어 있는 포토카드도 소비를 부추깁니다.
통상 앨범 하나에 포토카드가 1∼2장 들어있는데,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나오지 않으면 앨범을 더 사게 됩니다.
멤버당 포토카드 종류가 한 장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기본 수십 장, 많게는 100장 넘게 포토카드가 있어 앨범을 까고 까고 또 까봐야 하죠.
아이돌 팬인 남화정(26)씨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멤버 수가 매우 많다"면서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선 앨범을 많이 살 수밖에 없고, 판매 사이트별로도 사진이 다르기 때문에 앨범을 많이 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D는 전혀 듣지 않고, CD 플레이어도 집에 없다"고 말했죠.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 중 CD로 음악을 감상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CD 앨범의 대안이 되는 대체 앨범이 발매되는 추세인데요.
QR 코드나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환경에 유해한 CD 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크기가 작아 버릴 것도 비교적 적은 거죠.
업계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앨범과 별개로 중복소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기획사를 대상으로 포토카드 등 굿즈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같은 앨범이 몇 종류씩 나오고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가 있어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K팝 마케팅이 문제"라면서 "판매량 뻥튀기, 지나친 상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자랑스러운 K팝의 어두운 이면. K팝의 플라스틱 그늘은 사라질 수 있을까요?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송원선 | 편집·그래픽: 최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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