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소득공백' 우려에 유보됐지만…연금수급개시연령↑유력
판례상 이미 法 규정보다 5세↑…노인빈곤율도 OECD 최고수준
연금 받는 노인 '절반'은 자발적 근로…"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
정년운영 직장 대부분 공기관·대기업…2030 "신규 채용 위축될라"
노후소득 보장-청년일자리 상생방안 찾아야…獨 점진적 퇴직제 등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사회부 이은지 기자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사회부 이은지 기자
[앵커]
국민연금 고갈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는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연령을 지금보다 더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 문제와 직결된 게 바로 '정년(停年)'이죠. 일할 수 있는 나이는 그대로인데, 연금 (수급)개시연령만 늦어지면 노인빈곤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희 CBS는 이 정년연장의 필요성, 그리고 쟁점을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계속해왔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복지팀 이은지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예전에 저희가 만났을 때 이제는 '노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를 '65세'에서 더 올려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정년의 경우 특히 직장에 해당되는 나이라 각 회사마다 첨예한 이슈인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먼저 '정년'이란 개념에 대해 간단히 정의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쉽게 말해 일정 나이가 되면 노동자와 사측의 의사와 관계없이 직장에서 나가야 하는 나이를 법적으로 정한 겁니다.
현재 고령자고용법에 명시된 정년은 60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돼있는데, 최소한 60살까지는 근로지위를 보장한다는 뜻이고요. 사업주가 임의로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정한 경우에도 '60세'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정해서 시행한 지는 6~7년 정도 됐습니다.
문제는 법문에 규정된 정년과 실제 사이 괴리가 좀 크다는 건데요.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육체근로자의 정년인 '가동 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5년이나 높여서 인정했습니다. 국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 79.7세, 여성 85.7세(2017년 기준)로 늘었고, 실질적 은퇴연령으로 조사된 나이도 최소 72세라는 게 근거였습니다.
[앵커]
법과 판결이 좀 달라진 거죠. 이 판결이 나오면서 더더욱 이제는 법적 정년을 좀 바꿔야 된다,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거고요.
특히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늦춰야 된다', 이게 정책적으로 검토되면서 정년 문제가 확실히 시급한 문제로 다뤄지게 된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연금개혁 방향성을 담은 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아무래도 '얼마나 내고 받나'가 최대 관심사다 보니 구체적 수치는 빠졌지만 ''더 낸다(보험료율 인상)'는 확실하다'만 부각됐는데요.
정부가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해 꺼낸 또 하나의 카드가 '수급개시연령 상향'입니다. 연금을 매달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올해 기준 63세인데, 오는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게 돼있거든요. 이걸 66세나, 67세, 68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겁니다.
보건복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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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로 수급대상자가 많아지니까, 주는 나이를 일괄적으로 늦추면 기금이 고갈되는 걸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 부분이 정부 최종안에 담기진 않았는데, 폐기했다기보다 '유보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정년은 60세 그대론데 연금 받는 나이만, 예정된 65세에서 더 올려버리면 고령층의 '소득 공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조규홍 복지장관의 브리핑 발언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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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수급개시연령의 조정이 필요하나 은퇴 후 소득 공백기간을 고려할 때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 여건을 만드는 게 먼저란 거고요, 그 일환으로 정년연장 얘기도 나온 겁니다.
[앵커]
사실 한국이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잖아요. 정년은 60세인데, 65세나 혹은 그 이상으로 더 늦게 연금을 받게 되면, 5년에서 10년 이상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고령층이 많아지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2021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37.6%로 OECD 회원국 평균(2019년 기준 13.5%)의 약 3배 수준입니다. 65세 이상 중 중위소득 50% 이하를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40.4%로 압도적 1위입니다.
이 말은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기간도 문제지만, 연금을 이미 받으면서도 일을 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거든요.
통계청에 따르면, 공적·사적 연금을 통틀어 1개 이상 연금을 받는 분들은 해당 연령대 90%에 달하는데 절반 정도는 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연금만으론 살 수 없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평균 연금액이 월 60만원 정도인데, 노후 최소 생활비(124만 3천원, 국민연금연구원)의 50%도 안 되니까요.
또 사실 60세보다 일찍 직장을 나오는 분들도 많잖아요. 저희가 만난 65세 서모씨는 55세에 '명퇴'(명예퇴직)를 한 경우인데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 81만원이 유일한 소득입니다. 퇴직 후 소득절벽에 직면한 A씨도 오피스텔의 경비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서씨와 A씨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서모씨 & A씨]
"연금 받은 지 얼마 안 됐죠. 조금… '언 발에 오줌누기'(예요)."
"노인네 일자리라는게 다른 게 없어요. 다 싸구려 일자리예요."
[앵커]
'다 싸구려 일자리'라는 말이 참 비수로 꽂히네요.
[기자]
들으신 것처럼 주된 직장에서 나오고 재취업을 하려 해도 변변한 일자리가 많이 없는 현실이고요. 국내 65세 이상 고용률이 34%로 OECD 평균(약 15%)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대부분 임시·일용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장 퇴직이 임박한 60세 전후의 분들은 당사자로서 정년연장의 필요를 더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다 퇴직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65세 김모씨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모씨]
"65세라 하면 '할머니잖아?' (이런 식으로) 막 할머니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제 접근을 하니까 월급 차이가 많이 나죠. 대략 (예전에)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복지가 참 잘 돼 있고 여러 가지 급여도 상당히 괜찮았죠. 나이가 드니까 이제 그런 데 못 가고 일용직으로 (일)하는 거나 똑같은 거예요."
[앵커]
사실 (요즘에는) 65세 되신 분들을 우리가 할머니라고 보진 않는데…외모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그래서 너무 안타까운 거 같아요. 법이랑 현실의 괴리가 크다 보니까.
그런데 또 이것만 갖고 정년 연장을 생각하기 어려운 게 세대별로 생각이 굉장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잖아요. 이를테면 일자리 문제 때문에, 청년들은 정년연장 얘기가 나오면 좀 예민할 수밖에 없거든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인데요.
원래 정년을 두는 취지가 그때까지 고용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거잖아요. 이 제도가 해당되는 직장은 흔히 우리가 '철밥통'이라 말하는 공기관과 대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은 94%가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300명 미만의 기업은 약 22%만이 시행 중이거든요.
[앵커]
정말 차이가 크네요.
[기자]
이렇다 보니 윗세대의 퇴직이 늦어지면 신규채용을 할 여력이 적어지고, 청년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겁니다.
[앵커]
'특히나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진다… .'
[기자]
맞습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인 25세 변모씨의 목소리 들어보시겠습니다.
[변모씨]
"(정년연장은) 자연스럽게 청년층한테 더 부담이 되고 압박이 되고 그러지 않을까. 빈곤율도 그렇고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도 늦춰지면서 (소득)공백기가 늘어지면서, (퇴직세대의) 고충이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청년층이 타격을 받으면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방식이 조금 틀렸다고 보거든요."
정부도, 우리나라는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연공식 임금체계다 보니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법적 정년을 연장하기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이 좀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 7일 연금연구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 김덕호 상임위원의 발표자료 중 일부. 연금연구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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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예로 참고 중인 모델이 일본이고요. 일본은 2013년 이미 65세 이상 고용을 의무화했는데 재작년부터는 65~70세에 대해서도 '고용을 위한 노력 의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계속고용은 정년 연장보다 대개 '재고용' 방식이라는 게 정부 측 분석입니다.
반면,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정년을 맞춰야 한다'며 65세로의 단계적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고용은, 달리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고령노동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관련 입법 청원은 국민 5만 명의 동의를 얻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셨던 그 비율이 마음에 남아요. 정년이 실제로 연장돼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사실 굉장히 적을 수도 있다… . 그래서 세대 간 갈등까지도 고려하면서, 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거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 등 유럽의 선례를 들고 있는데, '점진적 퇴직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계속고용을 꼭 '하루 8시간' 풀타임 근무를 늘리는 방식으로만 생각하지 말자는 겁니다.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늘린다고 가정하면, 그 사이 근무시간은 2~3시간씩 줄여 나가면서 그렇게 절감된 인건비에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보조 등을 더해 청년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입니다.
또 단순히 몇 살까지 정년을 늘리냐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연금개혁을 포함해 다층적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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