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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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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입으로 마약 수사? 이미 文때 반토막…특활비 삭감에 檢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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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려 하자 일선 검사들은 “수사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특활비가 지금보다 액수가 더 많았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의 주장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쌈짓돈” 공격에…檢, “현장 실핏줄”



중앙일보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지난 5월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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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검찰 특활비를 ‘쌈짓돈’이라 규정하고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10일 임오경 대변인은 “(특활비) 집행내역을 감추고 그들만의 쌈짓돈 잔치를 벌였다. 검찰 내 혈세를 나눠 먹는 카르텔이 기생한다”고 밝혔다. 전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특활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용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예산을 못 준다고 했더니, 검찰이 ‘마약수사 못하게 됐다’고 호도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현장에서 특활비가 ‘실핏줄’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처에 제한이 있고 지출 증빙, 회계연도까지 맞춰 써야 하는 일반예산(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등)으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검의 A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등 현장 상황에선 용처를 밝히기 힘들어 현금을 쓸 일이 꼭 생긴다”며 “한 달에 200만원씩 사비를 쓰고 몇달 후에나 돌려받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압수수색에 불응해 불가피하게 도어락을 뜯어야 하거나, 신속성을 위해 급히 차량을 렌트한 경우도 일반예산 처리가 애매하다. 수사중인 사안의 경우 돈을 쓴 장소나 사람을 밝히기 힘든 등 밀행성 확보가 중요해서다.

마약·조직 수사 경험이 풍부한 B검사도 “특히 중요 범죄의 경우 정보원 관리가 생명”이라며 “범죄조직 속 정보원은 공익제보자가 아닌 만큼 평소 이들을 움직이고 관리하는 데 드는 특활비가 필수다. 지출을 상세히 증빙하기 시작하면 정보원도 노출하란 얘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마약 수사의 경우 우편·택배 종사자들을 부득이하게 이용하거나 마약을 위장으로 구입할 때도 있는데 ‘맨입’으로는 불가능하단 것이다. 수도권 지검의 C부장검사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수사관들과 간단하게 회식이라도 하려면 격려금 명목으로 받은 특활비를 밥값에 보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文정부 검찰과 다른 잣대 들이대”



중앙일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3일 국회에서 '검찰 특활비 국정조사,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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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과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인식이 깔렸다. 검찰 특활비는 문 정부 첫해 179억원이었지만, 5년 차에 80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현재도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마약수사 관련 특활비도 2017년 6억 900만원에서 올해 2억 7500만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그 사이 국내 마약사범은 2018년 1만2613명에서 올해 1~9월만 2만230명으로 늘어 이미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 특활비 배분 방식과 사용처는 거의 같다”며 “이미 그때에 비해 액수가 크게 깎였는데 갑자기 투명성을 운운하며 예산을 더 줄이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현직이던 2021년 “검찰의 특활비 감축이 한계 지점까지 왔고 더 줄일 여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을 비판했었다.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활비를 명절 격려금(떡값)으로 지급했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를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전임 정부 시절의 특활비라 지금 법무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떡값으로 줬다는 것도 일부 언론의 근거 없는 추정 아닌가. 이 문제 제기가 얼마나 정파적이냐 하면 청와대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나 (이재명 전) 경기지사 법인카드 의혹 이런 문제는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철웅·허정원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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