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부담에 손님 떠날까봐
해피아워·경품 등 유인책 내놔
서울 동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30대 김모 씨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가게에 ‘해피아워(happy hour)’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9일 그가 판매하던 소주와 맥주 등의 출고가가 오르자 김씨도 이번 주말부터 소줏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해피아워는 음식점 등에서 하루 중 손님이 드문 시간대를 이용해 기존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 및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씨는 평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를 해피아워로 두고 이 시간에 가게를 찾는 손님에겐 술을 3000원에 팔 예정이다.
국내 주류업계가 소주와 맥주 등의 출고가를 인상면서 음식점과 술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주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주류값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손님이 등 돌릴까봐 걱정된다며 저마다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술값을 올리는 대신 안주 서비스를 보강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59) 씨는 지난 9일부터 5000원에 팔던 소주를 6000원으로 올렸다. 대신 A씨는 평일엔 시간 상관없이, 주말엔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에 오는 손님에 한해 잔치국수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A씨는 “올해 들어 장사로 먹고 살기 더 팍팍해졌다”며 “인건비나 임대료, 식재료비 등 돈 드는 것 중에 안 오른 게 하나도 없다. 여기에 이젠 술까지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어떻게든 와주는 손님들 생각해서 소주나 맥주 가격은 5000원으로 쭉 가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잔치국수 한 그릇이라도 맛있게 만들어서 손님들 발목이라도 붙잡겠다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손님이 떨어질까 경품 행사를 마련한 곳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점을 하는 양모(43) 씨도 소주·맥주 각각 500원 인상을 결정하며 계산대 앞에 뽑기통을 올려놓았다. 뽑기통엔 ‘다음 방문 시 쪽지를 보여주시면 쪽지에 적힌 안주 서비스를 드립니다’라고 써있었다. 뽑기 통 안엔 약 30장의 작은 종이 쪽지들이 있었고, 쪽지마다 ‘계란말이’ ‘어묵 2개’ 등의 음식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양씨는 “주변 가게 사장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지금 메뉴판에 적힌 술값보다 500~1000원은 더 붙여 팔아야 될 것 같다고 말한다”며 “주변 다 올리는데 나만 안 올릴 수 있겠느냐. 강남엔 소주 한 병에 7000원 주고 판다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양씨는 “워낙 고물가 시대니 술값 오르는 걸 이해해주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며 “손님들한테 미안한 마음에 내 딴에는 ‘뽑기통’같은 작은 이벤트라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류 가격 인상으로 물가 부담이 가중되자 소주 등 종가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가 적용되는 국산 증류주의 세금 부과 기준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해 출고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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