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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법원 "난민 무기한 구금은 불법"…19년 전 판결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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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구금은 행정권 넘어선 것"…무국적자 등 92명 석방 길 열려

연합뉴스

남태평양 나우루에 운영 중인 호주 난민 수용소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연방 대법원이 추방될 곳 없는 난민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9년 전 논란이 됐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9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연방 대법원은 NZYQ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남성을 호주 이민국이 무기한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청구인 손을 들어줬다.

로힝야족인 NZYQ는 호주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입국했지만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고, 호주 정부는 그에 대한 비자를 취소했다. 그는 복역 후 석방됐지만 비자가 없어 이민국에 구금됐다.

호주 정부는 그를 받아 줄 다른 국가를 찾을 수 없었고 이 경우 추방될 때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이민법에 따라 재판도 없이 계속해서 구금 중이었다.

NZYQ측 변호사는 NZYQ의 경우 추방될 곳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구금되는 것이라며 이는 구금이라는 행정적 처분을 넘어 사법적 징벌의 성격이 있어 행정부가 사법부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티븐 개글러 대법원장은 현실적으로 추방될 곳이 없는 사람을 추방될 때까지 억류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기한 구금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행정권을 넘어섰다는 데 과반수의 대법원 판사들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19년 전 추방될 곳이 없는 사람들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호주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2000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흐메드 알리 알 카텝은 호주에 입국했고, 호주 정부에 임시 보호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호주 정부는 국적이 없던 알 카텝을 다른 중동 국가로 추방하려 했지만 그를 받아 줄 국가를 찾지 못했다.

2004년 호주 법원은 알 카텝을 받아 줄 국가를 찾을 때까지 이민국이 무기한 그를 구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현재 호주 이민국에는 무국적자 등 추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92명의 난민이 기한 없이 구금된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NZYQ와 같은 이들이 대거 석방될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호주인권법센터는 "이번 판단은 언제 석방될지 모른 채 수년 동안 구금된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는 구금 처분의 한계를 존중하고 무기한 구금된 사람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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