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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는 생명과 안전, 사회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많은 필수 노동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주목받았고 2021년 필수업무 종사자 지원법까지 만들어졌다. 이 법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필수업무 종사자를 지정하고 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는데, 법이 만들어진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자, 그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병원에는 간호사들이, 몸이 불편한 노인들 곁에는 요양보호사들이 있었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은 음식을 배달해서 먹었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는 버스를 타야 했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민 생명과 보호 또는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필수업무'라고 한다. 그리고 보건·의료, 돌봄·서비스, 운송, 환경·미화 등 분야에서 필수업무를 하는 이들을 필수노동자라 부른다. 필수노동자 대부분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걸릴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고, 실제로 확진이 된 뒤에도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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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옥 / 요양보호사
코로나 걸려도 걸렸다 소리도 못하고 일 다녔어요. 그리고 보호자들도 코로나가 걸려 있어도 나오라고 그래요. 제가 코로나 걸렸는데 거기서 선생님 안 오시면 안 된대요. 그래서 진짜 아픔을 무릅쓰고 제가 갔는데 그러다 보니까 다른 분들도 다 걸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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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 마을버스 기사
저도 걸렸었어요. 늘 이게 좁은 공간이 있다 보니까 위험성(*)은 뭐 항상 안고 운전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그런 게 좀 있었던 거 같아요. 밥도 그렇고 먹으려면 급하게 먹어야 되고. 20~30분 시간을 주는데….
필수노동자라는 말은 주로 영미 국가들에서 초기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 핵심 노동자(key workers), 최전방 노동자(Frontline worker) 등으로 사용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 해소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염 국면의 최전방에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 1억 3천6백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며 열악한 지위와 처우, 보호 및 지원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수노동자 보호법 통과,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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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의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주목받았다. 2020년 12월에는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이 발표됐고 이듬해 5월에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법이 제정됐다. 법 제정 전후로 지자체에서도 앞 다퉈 조례를 제정했다. 그 숫자만 116곳에 달했다.
하지만 법 제정 2년 반이 지난 지금, 필수업무 종사자의 규모라도 파악하고 지정한 곳은 광역단체 17곳 중 1곳, 기초단체 226곳 중 10곳뿐이다. 광역 지자체 중 조례는 10곳이 제정됐지만 규모를 파악한 곳은 7곳뿐이었고, 종사자를 지정한 곳은 경기도(8개 직종) 1곳이었다. 기초 지자체 중에 조례는 110곳 정도 제정됐는데 필수업무 종사자 규모 파악은 10곳, 지정한 것도 10곳이었다.
○○구청 관계자
(○○구 의회에서 필수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이후 회의를 열거나 이런 게 있었는지 해서요.)
아직 저희가 위원회를 열었거나 그런 이력은 없어요. 조례를 만들었지만 아직 부서가 부재 중인 것도 있고요. 시에서는 아마 (연구)용역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필수노동자가 몇 명 정도 되는지 혹시 파악은?)
예, 아직 그거는 안 돼 있고요. 용역을 시에서 한 거 있으면 그거를 좀 한 번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2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지원위원회(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를 구성했지만 지난해 두 번의 회의 말고는 더 이상의 회의는 없었다. 지원위원회 전에 실무회의가 열리는데 역시 지난해 2번, 올해는 1번 열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기도 끝났는데 필수노동자를 파악하는 게 시급한 문제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 발생해서 우리 일상을 파괴할지 모른다.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를 보면 통상 5년 주기로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 사전에 예방할 점과 지원할 점이 무엇인지 논의하지 않으면 또다시 사회는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자의 필요성을 경험한 만큼 법령과 조례가 제정된 상황에서 최소한 이들 노동자의 규모와 힘든 근로 환경을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해 둘 필요가 있다.
김종진 /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스, 메르스, 코로나가 거의 5년 주기를 비슷하게 우리가 발생 목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은 재난안전 바이러스가 몇 년 후에 다시 재현될 수가 있고 국가나 정부는 이걸 사전에 예방 조치를 준비를 하고 사후적 관리를 할 필요가 있죠. 미연에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실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안전 바이러스에 대해 정부가 최근 엔데믹 코로나 이후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죠.다시 말해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안전 바이러스에 국가가 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고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지자체 중 처음 조례를 만든 성동구, 지원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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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이 최근 필수업무 종사자 실태를 분석했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 조례를 제정(2020.9.10.)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마스크와 자가 진단 키트를 지급했고 올해부터는 기금 설치와 노동자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필수업무 종사자는 6,478명이었고 이들 중 여성 비율은 88.6%에 달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52.1%였고 전체 필수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01만 9천 원이었다. 앞서 다른 지자체에서 필수노동자의 규모와 실태 등이 조사되긴 했지만 임금 체계까지 확인한 연구는 없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필수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성동구는 구 예산 9억 7천만 원을 들여 버스기사와 요양보호사 등 2,339명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분야는 점차 확대하고 이후 민간 위탁기관 필수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성동구 필수노동자 처우 개선방안 中 (23.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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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먼저 논의된 필수노동자, 배울 점은
영국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핵심노동자(key worker)라는 용어를 사용해왔고 2004년부터 이미 지방정부 차원의 '필수노동자 생활 프로그램'을 시행해 각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필수노동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또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자녀의 보육·교육 문제를 겪고 있었고 이 문제부터 해결했다. 팬데믹 시기 필수노동자의 자녀는 봉쇄정책이 시행되는 동안에도 대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여기에 보건 및 사회적 돌봄 분야의 노동자들은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게 했고 이는 한국에도 이미 충분히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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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는 간호 및 돌봄, 공공 부문에서 업종별로 코로나 보너스를 지급했다. 지급 수준은 업종별 근로 시간별로 상이했지만 지원금에 대해서는 1인당 1,500유로까지 면세 혜택을 부여했다. 또 락다운 시기 필수노동자는 탁아소와 어린이집에서 긴급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금 체계 개선뿐 아니라 실제 이들이 일하는 환경을 검토하고 필요한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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