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펌프 잭. REUTERS=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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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4%대 하락하면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보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27% 내린 배럴당 77.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7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4.2% 하락한 배럴당 81.61달러로 마감했다. 역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다.
김경진 기자 |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진 이유가 크다. 이날 중국의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4% 줄었다. 시장의 예상치(-3.3%)보다 감소 폭이 컸다. 세계적인 수요 둔화 속 중국 제조업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기침체 조짐이 이어지는 점도 수요 감소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9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4% 감소하면서 시장 예상치(-0.4%)를 밑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셸 보우먼 Fed 이사는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호주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5개월 만에 인상을 재개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길어져 경제가 둔화하면 원유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와 고금리 여파로 특히 신흥 시장과 일본에서 원유 수요가 줄었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국제 석유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분석가는 "시장은 중동의 확전 가능성을 낮춰 보고, 대신 미국·유럽·중국의 부진한 경제 데이터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인 영향으로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17%)와 S&P500지수(+0.28%), 나스닥지수(+0.90%)가 전 거래일보다 올랐다. 지난달 5%대를 찍었던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4.57%로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유가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WTI(89.24달러)와 브렌트유(93.24달러) 모두 지난달 전망치보다 1.8% 내렸다. 재택근무·전기차 증가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줄고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경제 지표가 계속 부진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기조가 연장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관해 트로이 빈센트 DTN 선임 시장 분석가는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해야 하는 만큼 가격 상승 여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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