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공소장에 배경 적시…"2020년 이재명 대권주자 부각에 노출 우려"
"곽상도 '도울 일 있으면 말하라'…곽병채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곽상도측, '별건수사·이중기소' 반발…"유죄 받을 때까지 기소"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곽상도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조다운 이도흔 기자 = 검찰이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차단하기 위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대선을 1년 이상 앞둔 시점부터 당시 경기도지사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자 대장동 의혹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했다.
곽 전 의원의 '50억 클럽' 의혹이 김씨의 대장동 개발비리 은폐 시도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관점에서 뇌물 혐의를 구성한 것이다.
8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곽 전 의원을 추가 기소하면서 김씨가 곽 전 의원 부자에게 뇌물을 전달한 경위를 이같이 구체화했다.
지난해 2월 기소 때에는 공소장에 적지 않았던 구체적 경위와 전후 정황, 곽 전 의원 부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발언 등 보강 수사로 확인한 증거들을 21쪽 분량 공소장에 포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만배는 향후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한 국민의힘 부동산특위의 조사 무마,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 차단, 관련 형사 사건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편의 제공을 기대하면서 그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던 50억원을 아들의 성과급으로 가장해 한 번에 지급하기로 곽 전 의원 부자와 합의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그 배경으로 2020년 10월 대법원의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취지 판결, 2021년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들었다.
이 대표가 무죄 취지 판결 이후 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오르자 그의 치적으로 홍보되는 대장동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민간업자들의 천문학적 이익이 알려지는 것을 김씨가 우려했고, 이어 LH 사태로 국민의힘이 부동산 특위까지 구성하자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특위 위원으로 직무상 관련이 있던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받으려 뇌물을 줬다는 취지다.
검찰은 2020년 12월 대장동 주민들이 개발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민원을 내고, 이듬해 1월 지역 언론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일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 씨가 뇌물수수를 공모했다고 의심하는 정황도 제시했다.
2021년 3∼4월 병채 씨가 성과급을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와 부풀린 업무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곽 전 의원과 통화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2020년 4월 병채 씨가 "아버지에게 주기로 했던 돈을 어떻게 하실 것이냐"는 취지로 묻자 김씨가 여러 번에 나눠서 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하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2015년에는 김씨가 곽 전 의원 집에 찾아가 병채 씨의 화천대유자산관리 입사를 제안했고, 부자가 순차 승낙했다고 봤다.
또 병채 씨가 입사 5개월만에 퇴사했을 때에는 요건이 되지 않는 3개월분 퇴직금을 지급했고, 2016∼2019년에는 대학원 등록금 명목으로 3천2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정 향하는 김만배 |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도 보강해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은 김씨가 2014년 11월 곽 전 의원 등과 골프를 치면서 대장동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에 곽 전 의원이 "은행이나 금융 쪽에 도울 일 있으면 이야기해라. 필요한 것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김씨에게 고속버스 회사를 투자자로 소개해줬다고 적었다.
이른바 '컨소시엄 와해 위기'와 관련해서는 2015년 3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은행만 끌어오면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 전 의원이 김씨의 대장동 사업을 잘 알고 있었고, 호반건설과 하나은행 최고위급 사이에 제안이 오가는 등 실제 컨소시엄 와해 위기도 있었다는 취지다.
곽 전 의원이 2016년 4월 민간업자 남욱 씨의 형사사건 공소장 변경 무마 청탁을 들어주고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공소장에 담겼다.
검찰은 당시 곽 전 의원이 "내가 담당 검사를 잘 안다"며 남씨의 청탁을 승낙했고, 이후 실제로 공소장 변경 없이 항소심이 종결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김만배씨가 남씨에게 "상도 형이 얘기하는데 검찰이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고 얘기했고, 실제로 상고 없이 사건이 확정됐다고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남씨는 "곽상도가 성공보수를 달라고 하니 가서 인사드리라"는 김씨의 말에 5천만원을 건넸고 "왜 5천밖에 안 줬느냐", "돈을 더 달라고 한다"는 말에 다시 5천만원을 추가로 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은 이런 혐의가 신빙성 없는 진술에 의존한 근거 없는 의혹인 데다, 이미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한 위법한 별건 수사이자 이중 기소라는 입장이다.
이미 최초 기소 때에 병채 씨를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해 놓고 이제 와서 공범으로 입건하는 등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소하겠다'며 검찰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곽 전 의원의 시각이다.
곽 전 의원은 지난달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에도 "결정적 자료도 없이 매일 바뀌는 진술만 따라 수사하고 보도하는 건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하나은행과 관련돼 한 일이 없는데 돈을 달라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성립되느냐"고 반발한 바 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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