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물량에 대한 '쇼트커버(청산)'로 유례없이 급등했던 증시가 하루 만에 급락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4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날 두 시장에서 총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하루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빌려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이는 쇼트커버 수급 개선 효과가 소멸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날 역대 최대인 134.04포인트 급등하면서 쇼트커버가 대부분 반영됐다는 것이다.
높은 공매도 잔액 부담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에 일제히 급등했던 이차전지주도 이날은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10.23%), 포스코홀딩스(-11.02%), LG화학(-5.57%), 삼성SDI(-7.91%), 포스코퓨처엠(-11.02%), 에코프로비엠(-4.85%), 엘앤에프(-15.29%) 등이 큰 낙폭을 보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일은) 공매도 금지 첫날이다 보니 이차전지 대장주뿐만 아니라 여타 이차전지주들까지 동반 급등했지만 그 여파로 해당 업종에서는 상당 부분 쇼트커버링 모멘텀이 소진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롱쇼트 전략이나 현·선물 차익거래 등 포트폴리오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헤지를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2020년 3월 16일부터 2021년 4월 말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던 당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삼성증권은 "일반적으로 공매도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공매도 쇼트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장 쇼트커버에 나서야 할 이유도 적다. 공매도가 금지되더라도 공매도 잔액을 한꺼번에 청산할 필요는 없고 급등장이 하루 만에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기한'인 외국인과 기관으로서는 내년 6월까지 버티기를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쇼트커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단기 이벤트로 끝날 것으로 진단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대비 주식시장 상대 기대수익률과 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개인 수급 유입 강도는 과거에 비해 약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 영향력은 2주를 정점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증시는 펀더멘털과 미국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링 등 이벤트 통과 이후 이목은 펀더멘털 개선과 밸류에이션 메리트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심리와 수급도 이를 기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세 차례 코스피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동행했다"며 "이번에도 코스피 중장기 방향성은 미국 증시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증시 역시 금리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매도 금지 사건보다 금리 방향성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장수영 기자 swimm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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