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환생 등 기존 드라마의 틀 깨는 스토리로 눈길 사로잡아
'웹툰→드라마' 공식 굳어지면서 초기부터 동시 기획·제작도 늘어
상상력이 돋보이는 신선한 설정,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어디선가 한 번 본 듯한 익숙한 제목….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가 이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한다면 십중팔구 인기 웹툰을 원작 삼아 각색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원수연 작가의 웹툰 '매리는 외박중'이 KBS 2TV 드라마로 만들어진 뒤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TV를 점령했다.
요즘 드라마 가운데 웹툰 원작이 아닌 사례를 찾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K-웹툰 (PG) |
◇ '무빙' 뒤 이을 히트작 나올까…연말·연초 웹툰 원작 드라마 줄줄이
7일 방송가와 웹툰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가장 화제를 모은 웹툰 원작 드라마는 '무빙'이었다.
8월 첫 공개한 20부작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은 디즈니+ 한국 방영작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낸 작품으로 꼽힌다.
원작자이자 시나리오를 쓴 강풀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호쾌한 액션이 잘 버무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앤드 글로벌OTT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 등 6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디즈니+에서 다음 타자로 선보인 작품 역시 웹툰 원작인 '비질란테'다.
'비질란테'는 '쌉니다 천리마마트',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하이브' 등을 그린 김규삼 작가의 범죄 액션 웹툰이다.
8일 공개되는 드라마에서는 배우 남주혁, 유지태, 이준혁 등이 열연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최근 수지 주연으로 화제를 모은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 박보영 주연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됐다. 둘 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지상파 드라마로는 지난달 첫선을 보인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 지난 8월부터 매주 1회씩 공개 중인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도 각각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 '이두나!' |
내년 방영 예정인 작품 가운데서도 웹툰 원작 드라마가 줄줄이 대기중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블코믹스(웹소설 원작 웹툰)에 기반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방송된다.
친한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알아챈 뒤 살해당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역)이 10년 전으로 돌아가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판타지 사극 웹툰 '환상연가'가 내년 1월 KBS 새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1인 2역을 맡는다.
웹툰 '피라미드 게임', '살인자ㅇ난감', '닭강정' 등도 내년에 드라마로 재탄생해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드라마 '사내맞선'과 웹툰 '사내맞선' |
◇ 검증된 인기, 신선한 이야기…웹툰 원작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
최근 웹툰 원작 드라마가 넘쳐나는 이유는 앞선 성공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생', '이태원 클라쓰' 등이 웹툰 원작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고, 2020∼2021년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 웹툰 원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드라마 열풍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에는 '사내맞선', '재벌집 막내아들'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드라마 업계의 화제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측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네이버웹툰 지적재산(IP)을 원작으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는 모두 비영어권 작품 인기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범죄·스릴러·미스터리 장르의 경우 웹툰 원작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환 부경대 교수가 2021∼2023년 해당 장르 드라마 50편을 분석한 결과 웹툰 원작의 평균 시청률은 7.88%, 아닌 경우는 5.88%에 그쳤다.
웹툰 IP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신선한 이야기가 꼽힌다.
좀비, 괴물, 환생, 빙의, 초능력자 등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는 잘 나오지 않던 소재를 중심에 놓고 서사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미 인기가 검증됐다는 점도 드라마 제작사가 웹툰 IP를 선호하는 이유다.
연재 및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가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고, 기존 웹툰 팬들도 손쉽게 시청자로 흡수할 수 있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외 독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라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웹툰으로 인기를 끈 뒤 드라마화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으면서 아예 제작 초창기부터 웹툰과 드라마를 공동 기획·개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웹툰 제작사 투유드림 관계자는 "웹툰과 드라마는 독창적 소재, 매력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 빠른 호흡의 이야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명한다"며 "웹툰, 영상 공동 기획은 콘텐츠 영역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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