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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공매도 순기능 고려 않는 전면 금지... 시장 신뢰만 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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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금지]
"과대평가된 주식 골라내는 기능
작동 안 하면 시세조종 세력 횡행
무차입과 차입 공매도 구분도 안 해
총선 앞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한국일보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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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 발표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시장 신뢰 저하는 물론,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장기간 주가 조작' 수법이 횡행할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과거와 달리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총선 앞 포퓰리즘'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공매도는 주가가 과대평가돼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곧장 판 다음, 추후 싼 가격으로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물량이 많을수록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일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주가 하락' 내지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여긴다.
한국일보

시장 참여자별 대차거래 비중.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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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본시장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2016년) 셀트리온 주가 추락 당시 공매도가 원인으로 지목되자, 개인투자자가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옮겨갔던 전례가 있을 정도로 개인은 공매도를 터부(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침 미국의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관측으로 증시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 개인투자자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①"적정 주가 찾는 기능 사라져"

한국일보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몰고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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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시장에 득 될 요인이 적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조정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진다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한국 시장이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이탈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제기된다. 공매도 투자자 대다수가 외국인과 기관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투자지표로 사용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나중을 기약하게 됐다. MSCI는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 왔다.

학계도 업계와 비슷한 시각을 견지해 왔다. 8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낸 '공매도 규제 효과 분석' 보고서는 "실증 분석에서 관찰된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공매도 금지는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 거래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며 "전면 금지와 같은 극단적 접근 방식보다 그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②"주가조작 세력만 득세할 것"

한국일보

영풍제지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모씨와 김모씨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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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라덕연 또는 영풍제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주가조작 사건은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가 장기간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과대평가된 주식을 판별하는 공매도가 사라진다면 이 세력이 더욱 득세할 것이란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공매도가 사라진 시장에서 힘을 가지는 것은 '집단화한 힘 있는 개미(개인투자자)'"라며 "영풍제지 사태처럼 정보를 틀어막고 주가를 조금씩 말아 올리는 식으로 작업하면 뒤늦게 상승세를 보고 들어오는 주주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③ "무차입과 차입 공매도 구분 않는 포퓰리즘"

한국일보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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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정부 여당의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등 시장 불안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로 시행됐는데, 이번엔 특별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두 곳의 560억 원 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긴 했지만, 이 때문에 합법인 차입 공매도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는 분명한 불법이기에 수익을 환수하고 강도 높게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깡그리 죄악시하는 건 개인투자자단체에 편승한 여론몰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고 했는데, 외국 데이터를 이관받는 데만도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안다"며 전면 금지의 명분인 제도 개혁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봤다.
공매도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종목을 빌려서 바로 판 다음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 값에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높은 값에 팔고 싼 값에 매수하기 때문에 그 차액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돼 향후 하락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공매도 해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10만 원인 A종목을 공매도한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는 먼저 A종목을 빌려 10만 원에 매도한다. 예상대로 A종목 가격이 8만 원으로 떨어지면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데(결제), 이때 공매도 투자자는 시세차익 2만 원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이 12만 원으로 뛴다면, 투자자는 2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공매도를 할 때는 반드시 실물 주식을 빌려야(차입) 한다. 유가증권을 소정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대차거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대차거래 잔고를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이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하지만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다른 투자 전략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차거래 잔고=공매도 예정 수량'은 아니다.) 최근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은 대차거래 없는 매도를 해 문제가 됐다. 이를 무차입 공매도라 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서 갚지 않는(미결제)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0년부터 금지되고 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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