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교육서 배제 통보…"중동 상황 고려할 때 미묘한 문제 될 수"
프로그램 운영 측 "일방적 결정에 유감" 비판
팔레스타인 난민 이야기를 그린 만화 영화 '와르디'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교육 당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교육용 애니메이션 상영을 금지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파리 교육청은 지난달 12일 중학교 내 영화 교육 프로그램 '콜레주 오 시네마'를 기획하는 '파리독립영화협회'에 상영 목록에서 '와르디'라는 만화영화를 제외하라고 통보했다.
'콜레주 오 시네마'는 교육부, 문화부, 영상 교육 협회 등 여러 기관이 공동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화계 대표와 영화 전문가, 교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선정한 영화들을 학교에서 상영한다.
연간 20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영상 교육 제도는 30년가량 이어져 왔다.
노르웨이 작가가 만든 '와르디'라는 애니메이션은 11살 팔레스타인 소녀의 눈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배제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당할 때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마을에서 쫓겨난 이야기가 핵심이다.
교육청은 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많은 교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배경으로 한 이 만화 영화를 올해 상영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교육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현재 중동의 상황을 고려할 때 '와르디' 배포와 교육적 활용은 매우 미묘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달 13일 한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체첸 출신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뒤 교육청의 어조는 더 명확해졌다. 이런 민감한 주제를 다룰 경우 최전선에 있는 교사의 안전을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측에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전례 없는 배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상 교육 협회의 파트릭 파치네티 이사는 "만약 현재 상황 때문에 교사들이 해당 만화를 상영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영화 상영을 강요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이미지를 해독하고,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성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이 영화의 주제를 고려해 배제한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창작의 자유 감시 단체도 교육청의 결정에 반발해 지난달 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교육청은 리베라시옹의 논평 요청에 "영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교사가 역사나 지리 교사가 아니어서 현재 상황의 복잡성을 잘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선 '와르디' 상영을 연기하는 게 더 적절해 보였다"고 해명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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