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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연말 복병' 물가 심상찮다…3.8% 상승, 7개월 만에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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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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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나 싶던 물가가 연말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3.8%)이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지난 3월(4.2%) 이후 가장 높았다. 8월(3.4%)→9월(3.7%)에 이어 석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물가 잡기’ 총력전을 펼치는 정부 기대와 달리 물가가 꿈틀하는 모양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3.7%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 목표치(3.3%)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 저온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각 부처가 소관품목의 물가 안정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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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물가가 뛴 건 생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다. 10월에 전년 대비 석유류값 하락 폭이 1.3%에 그쳤다. 하락폭이 컸던 7월(-25.9%), 8월(-11.0%), 9월(-4.9%)에 비해 하락세가 둔화해 역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크게 뛴 기저효과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연말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ㆍ축ㆍ수산물도 국제유가 못지 않은 물가 변수로 등장했다.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3.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농산물 물가는 13.5% 뛰었다. 2021년 5월(14.9%)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를 0.61%포인트 끌어올렸다. 사과(72.4%), 파(24.6%), 토마토(22.8%), 쌀(19.1%) 등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게 뛰었다. 우유(14.3%)와 피자(12.3%), 햄버거(6.8%) 등 식품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4.6%를 기록했다. 9월(4.4%)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지난달엔 서울 지하철 요금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다. 유(乳)업계는 흰유유와 유제품 가격을 지난달부터 3~13% 인상했다. 우윳값이 오르면 빵ㆍ과자ㆍ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따라 오를 수 있다. 주류업계는 지난달 오비맥주에 이어 이달 9일부터 하이트진로가 소주ㆍ맥주 출고가를 6.8~6.9% 인상한다. 최근엔 물가 압박에 대응해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식품 용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춘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라 전달(3.8%)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는데 쓴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근원물가가 전달보다 하락하는 등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크지만 주요 농산물 수급 여건이 개선돼 물가가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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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가운데)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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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달에도 김장 재료 등 일부 농축산물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0㎏에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9%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평년 도매가격(6838원)과 비교하면 17.0% 비싸다. 다른 김장 재료인 대파는 이달 상품 기준 1㎏에 2700원으로 평년의 56.6%, 건고추는 600g에 1만3500원으로 12.8% 각각 오를 것으로 농경연은 내다봤다. 토마토ㆍ사과ㆍ배ㆍ닭고기 등도 기상 재해와 여름철 폭염 등으로 예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개별 업종ㆍ기업에 가격 동결을 압박하는 ‘두더지 잡기’식 물가 대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조절되도록 해야 한다”며 “뉴노멀(새 기준)이 된 고물가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대책의 처음과 끝은 취약계층”이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소비 쿠폰 지급을 확대하고 고물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물가가 지속하며 한은을 둘러싼 금리 인상 압박도 거세졌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5% 수준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연간 2.4%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기초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중반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예상 경로보다 오르며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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