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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사과 값 72%↑, 농산물이 발목잡네…물가가 도통 안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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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영천시장의 한 과일 상가 상인이 2일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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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가 계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꾸준히 상승하는 국제 유가도 물가 상방 압력을 더 키웠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물가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도 정부는 10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3.8% 올라 전월(3.7%) 대비 더 확대됐다. 올해 초 5% 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꾸준히 둔화해 7월 2.3%까지 낮아졌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와 악천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3개월 연속 상승, 4%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정부는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을 꼽았다. 8월과 9월은 여름철 폭우와 폭염 영향으로 작황이 나빴다면, 지난달엔 환절기에 일교차가 유독 커져서 농작물이 제때 출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농산물 가격이 10월에 평균적으로 많이 빠지는데, 올해 같은 경우는 10월 초에 이상 기온으로 (농산물) 출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채소류 가격 하락이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오르면서 2021년 5월(14.9%)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 가격이 1년 새 72.4% 치솟았고, 생강(65.4%), 복숭아(47.0%), 상추(40.7%), 파(24.6%), 토마토(22.9%) 쌀(19.1%) 등도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신선과실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2% 오르며 2011 1월(31.9%)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길어지는 라니냐로 인해 이상기후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애초에 정부 기대가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과 가격 급등 역시 봄철에 개화 시기에 서리가 많이 끼면서 발육이 부진해 수확기 가격 폭등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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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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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기름값도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에 비하면 1.3% 내렸으나 이는 지난해 하반기 석유류 가격이 폭등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올해 3분기 가팔랐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지난달 석유류 가격 감소율은 9월(-4.9%)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유종별로 나눠보면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1년 새 6.9% 더 올랐다.

기타 공산품이나 서비스 물가도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역시 공공요금과 인건비 인상에 따라 예상됐던 품목들이다. 공업 제품 가격은 가공식품(4.9%) 등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특히 의류·신발의 가격 상승률(8.1%)은 1992년 5월(8.3%) 이후 가장 높았다. 서비스 가격은 외식가격(4.8%) 상승 탓에 같은 기간 4.1% 올랐다.

정부는 기후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향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복했다. 그러나 국제 분쟁이 장기화되고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는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장은 당분간 물가안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동 군사 분쟁이 확산되면 유가가 폭등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 동향 통계 심의관은 “국제 유가와 환율 등 외부 요인이 향후 물가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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