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제재가 일반인에 미칠 악영향 고민
한국 등 제3국 여전히 거래해 실효성 의문
지난 3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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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얀마 군사 정권의 해외 자금원인 국영 가스 기업을 제재하기로 했다.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군부로 흘러 들어가고 무기 구매로 이어지는 만큼, 돈줄을 틀어쥐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거래 금지 대상이 ‘미국인’으로 한정된 탓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데타가 발발(2021년 2월 1일)한 지 2년 9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핵심 산업을 뒤늦게 제재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국, 처음으로 미얀마 외화 수급처 겨냥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12월 15일부터 미국인과 미국 기업이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에 대한 대출·투자 등 직간접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얀마 군부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조치다. 미얀마 외화 수입의 약 50%는 가스전에서 나오는데, 군부가 운영하는 MOGE는 그중에서도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MOGE가 2021년 10월부터 6개월간 벌어들인 금액만 17억2,000만 달러(약 2조3,35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이 자금으로 해외에서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들을 주로 구매한다고 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에서 “이번 조치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잔혹 행위를 수행하는 정권의 능력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3월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서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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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주요 외화 수급처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간 미얀마의 다른 국영 기업이나 관련 인사를 겨냥했지만, 에너지 분야를 건드리는 데엔 소극적이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2월에야 MOGE를 제재했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거의 3년이 다 됐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늦은 셈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간 미국 정부가 에너지 제재에 나서지 않은 건 미얀마 일반 시민들과 미얀마 에너지를 수입하는 태국 등 인근 국가가 곤경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가 중국의 궤도에 완전히 포섭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지정학적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군부가 난민 캠프 포격에 나서는 등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이어가자, 미국 정부 기류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자금 흘러갈 여지 남아
다만 군부가 실질적 타격을 입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뒷문’이 열려 있다. 이번 제재의 영향을 받는 것은 미국인과 미국 기업뿐이다. 제3국의 자금이 MOGE로 유입되는 것도 미국이 막진 못한다.
2021년 2월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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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MOGE와 연결돼 있다.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1월 방한 기자회견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측과 만났을 때,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운영하는 쉐(Shwe) 가스전 사업을 통해 연간 2~4억 달러가 MOGE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MOGE 등과 함께 쉐 가스전 프로젝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MOGE에 제재를 가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나 새로운 계열사를 내세우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온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다른 지역 분쟁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제재 실효성을 낮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제 비영리기구(NGO) 글로벌위트니스는 쿠데타 발발 이후 올해 2월까지 2년간 미국과 영국, EU가 미얀마 군부 관련 단체 및 개인을 제재했던 사례가 165건이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1년간 러시아 단체·개인 제재가 무려 3,100건이라는 사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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