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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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코스콤의 체크(CHECK) 정보 단말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은 한 종목도 없었다. 국내 증시에서 신용잔고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화천기계로, 9.31%의 신용잔고율을 기록했다. 상장된 10주 중 1주가 투자자가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인 셈이다.
9%대를 기록한 종목은 화천기계가 유일했다. 이어 신용잔고율 상위에 오른 종목은 브이티. 피델릭스, 한국무브넥스, 대양금속 등으로, 모두 8%대를 보였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급격히 쪼그라든 모습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신용잔고율이 10%가 넘는 종목의 수는 21개에 달했다. 지난 4월 24일 기준 신용잔고율 10%대인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개, 코스닥 시장에서 14개로 집계됐다. 당시 가장 신용잔고비율이 높았던 종목은 영풍제지(15.99%)였고, 이어 다올투자증권(14.78%)과 우리넷(12.68%), 선광(12.59%), 세방(12.17%) 순이었다.
이달 주가 조작 세력의 타깃이 됐던 사실이 밝혀지며 연일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 외에도, 지난 4월 신용잔고율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린 선광, 다우데이타(잔고율 10.90%), 삼천리(10.65%) 등은 모두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됐거나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종목이다.
신용거래는 통상 현 주가를 저점이라 판단하고 향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 방법이다. 하지만 신용거래가 많은 종목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가 해당 종목을 하한가에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영풍제지 사태처럼 하한가에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미수금(증권사가 투자자에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이 늘어나 증권사로 손실이 퍼지기도 한다. 또 주가가 하락할 때 대규모 반대매매가 일어나면서 주가 하락세에 불을 지피는 경향이 있다.
올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부터 5월 ‘5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 이달 ‘영풍제지 사태’까지 주가 조작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신용거래 수요가 뚝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언제 어디서 또 주가 조작 종목이 생겨날지 모른다는 우려에 투심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고금리 장기화로 주식시장의 ‘매운 맛’을 본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신용 매수를 줄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손실 방어를 위해 신용잔고가 많은 종목에 대해 증거금률을 높이는 추세다. 투자자는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에 따라 돈을 내고 주식을 매수한 후,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다. 증거금률이 40%라면, 10만원어치 주식을 사기 위해 4만원을 우선 내고 나머지 6만원은 이자만 내며 유지하는 것이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높이면 투자자가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당장 내야 하는 액수가 늘고,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적어진다.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크게 줄었다. 지난 4월 말 20조원을 웃돌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30일 17조1800억원을 기록하면서, 3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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