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장난친 학생 칠판에 이름 붙이고 방과후 청소
학부모, 교사 신고…검찰, 아동 정서 학대 혐의 ‘기소유예’
헌재 “문제행동 교정 목적 인정”…기소유예 처분 취소
A씨는 2021년 전북 전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하던 도중 학생 B가 페트병을 가지고 놀며 소리를 내자 B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였다. 이 반 칠판에는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이 붙어있었는데, 수업시간에 잘못을 해 이름표가 그림 옆에 붙은 학생은 방과후 A씨와 함께 교실 청소를 하는 게 학급 규칙이었다.
A씨는 레드카드를 받은 B가 방과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하교하라고 했다. 이후 B학생이 등교를 거부하자 B의 어머니는 A씨를 고소했다. B는 이후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나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해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한다.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유죄로 판단한 것이고, 공직자 인사 검증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수사경력에는 5년간 기록이 남는다.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는 학생들 일반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훈육의 일환으로 레드카드를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레드카드 제도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교육 목적으로 운영됐고,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방과후 청소를 하게 해 운영방식을 남용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라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또 피해아동 B가 레드카드를 받은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지만, 그 원인이 분명히 규명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B는 수사 당시 A씨가 레드카드를 줬다는 이유로 A씨를 ‘나쁜 선생님’ ‘감옥에 가야 할 나쁜 사람’ 등으로 칭했다. 헌재는 B가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A씨의 일반적인 교육활동이 아니라 B를 차별했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사건 기록상 이런 반응을 유발한 A씨의 태도나 행위가 어땠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B는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하였는바, B의 결석이나 야경증 등 진단이 레드카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건으로 인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B의 학부모는 사건 이후 학교를 찾아가 A씨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학부모의 이 같은 행위는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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