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가자지구 부상자라도 받으라"…이스라엘, EU 통해 로비

[이-팔 전쟁] EU 정상회담서 가자지구 난민 수용 문제 논의…
이집트는 반발, 과거처럼 부상자 치료 목적 수용 방식 협의

[가자지구=AP/뉴시스]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하고 있다. 2023.10.31.

이스라엘이 유럽연합(EU)를 통해 이집트가 가자지구 난민을 받아주도록 압력을 넣고 있으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 26~27일 EU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도마에 올랐으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가자지구 난민 문제를 일축했다. 이집트가 '일시적인' 난민조차 받아들이길 강력히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집트에 떠넘기기 위해 이-팔 전쟁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은 최근 "팔레스타인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나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를 통해 청산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며 이는 역내 국가들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EU 정상회담에서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집트의 잠재적 역할도 논의됐다. 한 서방 외교관은 FT에 "네타냐후는 적어도 분쟁 기간 동안 이집트가 가자 지구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으나 "이집트의 입장은 항상 매우 분명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구의 외교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압박이 이집트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그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므로 이제 이집트가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주 회담 후 EU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인도주의 통로와 인도주의적 필요를 위한 일시 (전쟁) 중단을 포함해 지속적이고 신속하며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접근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EU는 이 지역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민간인을 보호하고 식량, 물, 의료, 연료, 쉼터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이런 지원이 테러 조직에 의해 악용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가자지구의 부상자들을 이집트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협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건너가는 라파는 현재 가자지구로 들고나는 유일한 통로이자, 구호품이 들어가는 입구다.

이집트는 과거 가자지구 분쟁 당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치료 목적으로 수용한 바 있다. 이집트 당국은 부상당한 가자지구 사람들이 입국할 경우 시나이 북부의 병원들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미국이 가자 지구를 떠나고 싶어하는 민간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지원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 지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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