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설에 보이콧 없었지만 침묵 시위·미지근 악수···불편함 드러낸 野

[the300]윤석열 대통령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입장하며 피켓시위를 펼치는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0.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더불어민주당이 '침묵 피켓시위'로 맞았다. 윤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 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악수 요청에 소극적으로 응하는 등 편치 않은 기색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했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대통령이 예산안 편성 내용과 정부 정책 기조를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침묵 피켓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 앞 계단으로 이동하는 길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경제 우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침묵 시위라 구호는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나갈 때 한 의원으로부터 "여기 한번 보고 가라"는 산발적 외침이 있었다.

다만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 중 피켓을 들어올리거나 야유 등 행위를 하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 회의장 안에서 피켓을 부착하거나 상대 당 인사를 향해 고성·야유를 보내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서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장 밖에서 침묵 시위를 하기로 한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래서 국정 기조 전환을 통해 민생을 제대로 살피는 것만이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란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본회의장 안에서의 행동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며 "연설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0.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진보당 강성희 의원만이 이날 홀로 회의장 안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피눈물 난다, 서민부채 감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 중앙 통로로 입장하면서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지난해 야당 의원들이 검찰의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 본회의장에 들어가지조차 않았던 풍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악수 요청에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환대부터 미지근한 태도까지 다양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본회의장 입구에 서서 윤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을 맞아 활짝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일어서서 윤 대통령과 미소를 띈 채 정중히 악수를 나눴다.

반면 같은 당 이형석 의원과 임종성 의원은 앉은 채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고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나갈 때 정면만을 응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마친 후에도 본회의장을 돌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 및 이은주 정의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악수를 나눴다.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윤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자리한 좌석 쪽으로 이동해 박수를 치며 일어서 있는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퇴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전 환담에 이어 본회의장에 들어설 때도 두 번째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눴고 퇴장시에도 마지막으로 일어서서 배웅하는 이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회의석 전체를 향해 손을 흔든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10.31.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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