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중동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수출을 제한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10월 3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WB는 유가 상승은 운송료, 비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식량가격 고공행진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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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이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격화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WB는 이날 분기 '상품시장전망(CMO)'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격화하면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공급을 줄일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품시장 이중충격
보고서는 상품 시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식량 가격 고공행진이라는 '이중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B 수석이코노미스트 인데르미트 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품시장이 1970년대 이후 최대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동지역 갈등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81달러 유가
WB는 그러나 아직은 갈등 수위가 내려가고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상품 가격이 내년 4.1% 하락하고, 유가는 이번 분기 전망치인 배럴당 90달러보다 낮은 배럴당 81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유가와 상품 가격 전반이 하강하는 것이 WB의 기본 시나리오다.
최악의 경우 157달러까지 뛸 수도
그러나 보고서는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되면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전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600만~800만배럴 감소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비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아랍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 감축에 나설 경우 이같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WB는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전개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살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아랍 산유국들의 반발이 심하다.
이들이 오일쇼크 당시처럼 미국 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석유수출 감축에 나서면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WB는 그러나 석유공급 차질 강도가 작거나 중간 수준일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2~121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약 1020만배럴 수준이다.
세계경제, 오일쇼크 당시보다 체질 강화됐지만...
WB는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수출을 감축하면서 빚어졌던 1973년 10월의 오일쇼크 당시에 비해 지금의 세계경제는 여건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제유가는 4배 폭등했다.
WB는 그러나 상품시장이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품 시장이 아직 취약한 상태라 석유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충격이 식량 가격 폭등 불러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각 정책담당자들이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면서 "만약 이번 갈등이 고조되면 세계 경제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이중 에너지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 가스 가격 동반 상승이라는 이중 에너지 충격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WB는 또 이같은 에너지 충격은 이미 굶주림이 늘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 안보를 심각히 위협할 것으로 우려했다.
석유, 가스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운송비, 비료 가격이 덩달아 뛰어 농산물 가격이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WB 차석이코노미스트 아이한 코세는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면 이는 불가피하게 식료품 가격 고공행진으로 이어진다"면서 지난해 말 전세계 인구의 약 10%가 영양결핍 상태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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