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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용산구청 공무원 “일선은 책임지는데 정치 책임은 공백”[이태원 참사 1주기-④살아남았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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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3일 용산구청 공무원 이동영씨(가명)가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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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튿날 새벽에는 용산구청 공무원들도 비상 소집됐다. 이들은 체육관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자 신고를 접수하는 데 동원됐다. 참사 이후 쏟아지는 국회 자료 요청에 답변을 준비했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도 받았다. 10년 넘게 공직에 몸담은 용산구청 소속 이동영씨(가명)를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씨는 지난해 10월30일 오전 2시30분에서 3시 사이 용산구청으로부터 비상소집 단체 문자를 받은 것을 기억해냈다. 이씨는 소집 대상에서 비껴갔지만, 용산구청 공무원 절반가량이 당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실내다목적체육관으로 불려갔다. 직원들은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시신 수습 작업에 투입됐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덮인 천을 들추고, 얼굴을 확인하고, 고인의 신분증을 찾았다. 밤새 시신 수습을 마친 직원들은 다음날 예정된 일과 업무를 소화해야 했다. 울며불며 애타게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 앞에서 직원들은 샌드위치 하나도 넘길 여유가 없었다. 이씨는 “경찰·소방과 달리 시신을 마주하고 수습하는 일은 모두가 처음이었기에, 트라우마가 남은 동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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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30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관련 실종자 접수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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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수습에서 끝나지 않았다. 참사 직후 국회·시의회·구회의 등에서 수백·수천건의 자료 요구가 쏟아졌다. 향후 법적 책임을 다툴 증거가 될 수 있기에, 공문 문구 한 줄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이씨의 동료들은 퇴근길 버스에서 울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과 몸을 떨면서, 수시로 눈물이 나 염증이 생긴 채로 후속 대응에 매달렸다.

일부 직원은 특수본 수사를 받았다. 이씨는 “동료들은 ‘내 실수가 맞다. 경황이 없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그래서 엄한 사람이 피해를 받지 않고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했다. 그는 “마땅한 책임을 지는 사회여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멀었구나. 그래서 수습이 더 어렵구나’ 생각이 든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도 정치적 책임을 지는 리더들이 사회를 끌어가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정부는 ‘주최자 없는 행사’의 관리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있다. 마치 마법 같은 조항”이라며 “법령으로 ‘책임관’에 지정되는 현장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용산구청 직원들도 관할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 심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공무원의 소명의식을 제로로 만드는 시스템 속에 처해 있다. 정부의 각성이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놀러 가서, 죽었다[이태원 참사 1주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241507001#c2b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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