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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흑백이어도 괜찮아, 재밌으니까…'여고생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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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웹툰 '여고생 드래곤' 표지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정교한 그림에 100컷이 훌쩍 넘는 긴 분량. 경쟁적으로 화려해지고 길어지던 웹툰 사이에 어느 날 다른 작품의 반 토막도 안 되는 짧은 흑백 만화가 등장했다.

독자들은 오히려 이 단순한 만화에 열광했다.

'여고생 드래곤'은 시간과 인력을 한껏 투입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요즘 웹툰 업계의 성공 공식을 깨부순 특이점 같은 작품이다.

큰 줄기를 이루는 이야기는 간단하다.

18살 평범한 여고생 김민지가 이(異)세계 골드 드래곤의 몸에 빙의한다.

외형은 무시무시한 드래곤이지만, 속은 평범한 여고생인 민지는 자신이 살던 대한민국 서울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 방법을 찾으러 떠난 길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드래곤에게 조공을 바쳐 온 마을 주민 스미스, 마법사 한나, 아는 것만 많은 용사 도미니크, 귀여운 슬라임 액괴와 함께 온갖 사건을 겪으며 '뭐든지 다 아는 현자'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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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여고생 드래곤'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다.

우선 표지를 제외하고는 컬러를 배제하고 흑백으로 채웠다.

그마저도 정통 출판물의 느낌을 살려 날카로운 펜선이 도드라지는 흑백만화라기보다는 그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 삼아 쓱 올려본 듯 뭉툭한 그림체다.

세계관을 복잡하게 짜거나 복선과 반전을 위해 서사를 이리저리 꼬아두지도 않았다.

민지는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고, 주변 인물들은 이를 힘껏 도울 뿐이다.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를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이를 깨부수면서 이야기에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풀어내기 어렵거나 길어질 것 같은 내용이 나오면 과감하게 생략했다.

억지로 사건을 묘사하는 대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엄청난 작전", "대단한 일"이라고 대놓고 넘어가는 식이다.

또 이야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대사와 설정 곳곳에 가벼운 개그를 섞어놨다.

민지와의 이별을 앞두고 서글픈 순간에도 한나가 우스꽝스러운 주문을 외워야 하는 장면, 도미니크가 마치 오타쿠(특정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처럼 줄줄이 설명을 늘어놓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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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여고생 드래곤'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금지]


이처럼 단순하지만 동시에 웹툰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웹툰 산업이 커지면서 작품 수가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뻔한 서사, 극단적인 설정, 거대한 세계관 때문에 지친다는 독자도 적지 않았다.

'여고생 드래곤'은 이와 달리 하굣길에 버스에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가볍게 읽고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웹툰이다.

어쩌면 웹툰이 탄생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와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이 아닐까.

지난해 12월 완결됐으며,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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