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현장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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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만 앉아 있지 마라.”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직접 현장으로 파고들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중앙부처도 고위관료들을 중심으로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정부의 지나친 가격 통제가 이어지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가장 숨 가쁜 행보를 보이는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26일 서울 목동에 있는 외식프랜차이즈 기업 피자알볼로 본사를 방문해 가격 인하 추진 현황을 확인했다. 앞서 피자알볼로는 피자 도우 크기를 조정하는 대신 전 제품 가격을 평균 4000원가량 낮췄다. 이어 한 차관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소비자·외식 7개 단체장들과 만나 “조속한 물가안정을 위해 각계각층의 협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앞서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국내 설탕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의 인천1공장을 방문해 설탕 재고를 점검했고, 같은 날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은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계란유통센터를 방문해 계란 수급상황을 살폈다. 권 실장은 25일엔 이마트 세종점에 들려 설탕·유제품·제과·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을 점검했다.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소비자·외식 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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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처도 바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일 경기 용인에 있는 천일염 가공업체 ‘대상’의 물류센터를 방문해 “천일염 가격 안정을 위해 원가 절감 등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하는 등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같은 날 ‘공산품 가격 점검 회의’를 열고 제조·유통업체들에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앙부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물가 잡기에 뛰어드는 것은 국민이 체감하는 밥상물가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5.8%, 외식물가는 4.9% 상승했다. 각각 10%대와 7%대까지 치솟았던 올 초보단 떨어졌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10월 기대 인플레이션도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물가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 인프레이션이 반등한 것은 8개월 만이다.
업계에선 사실상의 ‘가격 통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로 원재료비 등 원가가 연일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한 외식업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매일 같이 ‘가격 올리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지만, 원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대처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압박에도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지난 7월 음용유(마시는 우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이후, 정부는 우유 가격 억제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관련 업체들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국 흰우유 평균가는 이달 18일 처음 L당 3000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3000원대다. 원윳값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전기요금 등이 오르면서 유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 경쟁으로 결정되는 개별 품목의 가격 결정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가격을 억지로 낮추거나 동결하더라도 제품의 양이나 질을 낮추는 등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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