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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3일) 육군 국감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이 육사 생도들의 대적관을 흐린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실시된 육사 교과과정 개편과 더불어 육사 내 독립영웅 흉상이 대적관을 흔든다는 여론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정환 참모총장 말대로라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은 해군 장병들의 대적관을 흔들 터. 하지만 어제 해군 국감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다른 말을 했습니다. 홍범도함 함명 변경은 없다는 것이 해군 입장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홍범도 장군을 기린 잠수함이 대적관을 흐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육군과 해군 최고 지휘부의 발언이 완전 딴판입니다. 군 최고 지휘부 안에서도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인식이 갈린다는 방증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대적관 흐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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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국감에서 발언하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바로 뒤 서류를 보는 장군은 권영호 육사 교장이다.
먼저 그제 육군 국감 중 안규백 민주당 의원과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의 질의답변입니다.
박정환 : 취임해 보니까 육사에 18년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교과과정에 필수 과목으로 됐던 6·25 전쟁사와….
안규백 : 문재인 정부가 대적관을 흐렸습니까?
박정환 : 문재인 정부가 대적관을 흐렸다는 것이 아니라… 육사 교과과정, 그다음 일련의 일들이 대적관을 흐리게 하는 여론이 있다….
안규백 :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서 어떤 정권이 우리 육사 생도들에게 대적관을 흐리게… 우리 생도들을 지도한 적이 있습니까?
박정환 : 결과적으로 대적관을 흐리게 했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안규백 : 육사에 독립영웅 흉상 설치하는 것이 대적관을 흐린 것입니까?
박정환 : 그것도 일정 부분 대적관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8년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들의 흉상을 육사 충무관 앞에 세웠고, 6·25 전쟁사와 북한학 등 과목이 포함된 교과과정에 손을 댄 것이 육사 생도의 대적관을 흐린다는 것이 박 총장 주장의 요지입니다. 또 박 총장은 근거로 여론의 향방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환 총장이 문제 삼는 6·25 전쟁사와 북한학은 전공필수에서 전공선택으로 전환됐을 뿐입니다. 육사 생도들이 언제든 수강할 수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 관련 여론도 '흉상 이전 반대'가 절대적 우위입니다. 무엇보다 홍범도 장군의 대적관은 확고부동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주적은 일본이었고, 일본 타도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역사적 평가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수십 년 뒤 소련의 북한 지원과 6·25 남침을 예언하지도 못하고 소련의 도움을 받은 것이 육군 마음에 안 차는 것 같은데 육군의 이상주의적 기준이 참 과합니다.
"홍범도함 함명 변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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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국감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어제 해군 국감 중 배진교 정의당 의원, 윤후덕 민주당 의원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의 질의답변입니다.
배진교 : (상부로부터 홍범도함 함명 변경) 검토 지시가 내려오면 검토하겠다는 겁니까?
이종호 :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제정할 때 독립운동…
배진교 : 현재까지는 함명 변경에 대한 해군의 입장은 '변경 없다'가 맞다?
이종호 : 그렇습니다.
윤후덕 :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명칭을 바꾸지는 않겠다, 그렇게 말씀하신 거 같아요.
이종호 : 네,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습니다.
윤후덕 : 전혀 검토한 바도 없죠?
이종호 : 네, 그렇습니다.
윤후덕 : 해군 최고입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홍범도함 함명 변경 결정을 해군에 일임한 상태입니다. 함명 변경 관련 전권을 가진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함명 변경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검토도 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6년 함명 제정 때 살폈다며 추가 검토는 필요 없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홍범도함 함명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범도 장군을 대하는 육군과 해군의 자세
해군 1800톤급 잠수함 홍범도함의 2016년 진수식 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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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뤄진 흉상 설치, 교과과정 개편을 거론하며 홍범도 장군과 대적관 와해를 연결시킨 데 대해 군 내에서 말이 많습니다. 박 총장의 주장은 과하게 정치적인 데다 팩트도 틀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정환 총장 말과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이 대적관을 흐린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다수였던 적이 없습니다. 박정환 총장은 국감에서 위증을 한 셈입니다.
야당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홍범도 장군의 업적은 크지만 생도들만 있는 육사보다는 많은 시민이 찾는 독립기념관에 흉상을 모시는 편이 더 낫다"식의 평이한 대답을 왜 못했을까요. 육군의 한 장성은 "홍범도 장군 질문은 100% 예상됐었고 여러 참모들 의견도 참고했을 텐데 저렇게 말한 것은 박정환 총장과 육군의 의지"라고 지적했습니다.
해군은 애당초 홍범도함 함명 변경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국방부로부터 검토 지시가 내려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 때 '함명 변경 해군 일임'으로 정리되면서 한숨 돌렸습니다. 어제 이종호 총장의 발언으로 해군은 정치이념적 논란에서 완전히 발을 뺐습니다.
어제 그제 국감에서 해군과 육군의 홍범도 장군을 대하는 자세,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습니다. 군은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대원칙을 생각해보면 육군과 해군 중 어느 쪽이 옳은지 답이 나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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