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산시 유가 100달러 상회할 수도
이달 20일까지 수출액 4.6% 늘었지만 수입도 덩달아 증가
"당장 무역 적자 전환 가능성↓...유가 변동 추이 지켜봐야"
그나마 '불황형 흑자'라도 이어오던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또다시 적자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만 국제 유가가 올라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가 배럴당 100달러 가나···150달러 시나리오까지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도 80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국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10달러 넘게 뛰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에도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재반등하는 양상이다.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 인질 석방 등 호재에도 23일(현지시간)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9.8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85.49달러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6일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단기전에 그친다면 연말까지 100달러 이내에 머무르고 전선이 제한적으로 확대될 때에는 100달러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란 개입으로 원유 수출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현실화하면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봤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겨우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에 '찬물'
고유가는 우리나라 무역수지 관리를 더 어렵게 한다. 1년 4개월 연속 이어지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6월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넉 달 연속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였던 게 사실이다. 이번 국제 유가 상승이 대표적인 악재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10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8억3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1년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던 월간 수출액이 이달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수입액도 덩달아 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75억8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유(30.5%), 석유제품(35.9%) 등 수입이 크게 늘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상황이 현실화하면 이달 무역수지 적자 전환은 물론 연간 무역적자 폭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이어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향후 유가 변동 추이에 달린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다면 국제 유가가 더 뛸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변동에 무역수지 향방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조아라 기자 ab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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