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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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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한국형 제시카법' 공개 "성범죄자, 국가시설에만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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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대상 성폭력이나 상습 성범죄자의 출소 후 주거지를 국가 지정시설로 제한하는 법안이 26일 입법예고 된다. 2020년 조두순, 지난해 박병화 등 악질 성범죄자의 사회복귀 때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지역 간 떠밀기가 벌어지는 사태를 정부가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미국보다 성범죄자 제한 더욱 강화… “국내 상황 반영”



법무부는 24일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미국에서 시행 중인 이른바 ‘제시카법’을 본 따서 만들었다. 제시카법에 따라 미국의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학교 등 주요 시설로부터 300~600미터 이내 거주가 제한되고, 일부는 거주지가 특정 장소로 지정된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미국 법 보다 성범죄자의 자유 제한 정도가 더 크다. 미국은 특정 시설로부터 일정 거리 내 거주를 금지하는 데 비해, 법무부 안은 ‘특정 시설 의무 거주’ 방식이다. 고위험 성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집단격리해 상시 감시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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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이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복역하고 2020년 12월 출소하자, 지역 주민들은 치안 불안을 호소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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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 밀집돼 있으며 ▶거리 기준의 주거 제한은 성범죄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해 오히려 재범 위험이 높아지며 ▶서울과 도심 대신에 지역과 농촌으로 성범죄자를 유도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미국식과 우리식) 두 가지 방식이 어떤 하나가 완전무결하지 않고,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솔직히 정부 입장에선 (성범죄자 사회 복귀) 방치가 욕을 먹지 않을 선택이다. 그동안 헌법 원칙을 들어 방치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때마다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았나. (거주지 지정은) 아무도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이다. 이것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다른 나라에도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향후 2년 내 500명 ‘거주지 제한’ 가능성…조두순 등 소급적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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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제한 명령이 가능한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또는 3회이상 성폭력으로 징역 10년형 이상을 선고받아 전자발찌 감시 대상인 성범죄자다. 검사가 범죄 심각성, 재범 위험 등을 종합 고려해 청구하면, 법원이 결정하고, 성범죄자가 평소 거주하는 광역 지역 내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중에 ‘의무 거주지’를 지정한다.

거주 제한 요건이 충족되는 성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이다. 올해 69명, 2024년과 2025년 각 59명씩 만기출소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2년 간 500명이 넘는 성범죄자가 거주 제한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부는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조두순, 박병화 등에도 소급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중처벌, 위헌 소지 있다” 반론도



환영 여론과 별개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벌이 종료되고 또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형벌로서 이중처벌로 볼 수 있다”며 “치안 당국이 해야 할 역할, 책임을 조두순에게 떠미는 셈이다. 상당히 위험한 정책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당초 정부가 검토했던 ‘거리 제한’ 방식보다 훨씬 더 심각한 법안이 나왔다. 새로운 형태의 감옥이 될 수 있다”며 “다른 강력범죄와 형평성도 문제고, 사실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는데 거주 시설이 멀어 경제 활동이 안 되면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말했다. 형기를 마친 범죄자를 다시 강제수용했다가 2005년 이중처벌 논란으로 폐지된 ‘보호감호’ 제도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강성민 변호사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넘어 신체 거동의 자유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일상생활을 어디까지 제한할지에 따라 위헌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거주시설 후보군과 일상생활 제한 수위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전자발찌 감시 대상자의 기준을 적용해 야간이나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 외출 금지 등이 거론된다. 특히 거주시설 후보지에 대해선 사회적 파급력과 해당 동네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발표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기존 시설을 협의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어느 지역, 어디를 정했다고 하면 건설적 논의가 왜곡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성충동 약물 치료도 확대하기로 했다. 함께 입법예고 되는 ‘성충동 약물치료법 개정안’은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전문 의료진 감정을 의무화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하면 약물 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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