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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이혁래 감독 "봉준호 첫 영화 보고픈 마음 담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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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영화광 동아리 이야기…"즐거움 나눌 사람들 만난 건 행운"

연합뉴스

이혁래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완벽'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갖춘 한 편의 영화였어요.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열 명 남짓은 많이 감동했죠. '우리가 공부했던 영화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업을 내 옆에 있는 이 형은 해냈구나' 싶었죠."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혁래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영화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룩킹 포 파라다이스'는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의 고릴라 인형이 '똥 벌레'의 공격을 피해 낙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23분짜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봉 감독이 스물세 살이던 1992년 말 영화 동아리 '노란문' 멤버들에게만 보여줬다. 당시 노란문의 막내 멤버였던 이 감독도 그 자리에 있었다.

오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이 감독의 신작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이하 '노란문')는 '룩킹 포 파라다이스'에 대한 노란문 멤버들의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봉 감독을 포함한 열두 명의 노란문 멤버가 등장한다.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찾아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처음엔 없어진 줄 알았지만, 여기저기 뒤지다가 일본에서 나온 봉 감독의 초기작 DVD에 있는 걸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룩킹 포 파라다이스'의 주요 장면을 '노란문'에 담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30년 동안 그 영화('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계속 기억했다"며 "이 영화('노란문')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노란문'은 봉 감독을 포함한 노란문 멤버들의 온라인 대화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넘어 꿈 많던 그 시절로 향한다.

노란문은 1991년 당시 동국대 대학원 휴학생이던 최종태 감독을 주축으로 결성된 영화광 대학생들의 동아리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입소문으로 하나둘 모여든 이들은 고전 영화를 보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영화의 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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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감독은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에서 보듯 모든 게 확 열리는 시절이었다"며 "그래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노란문'을 보다 보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봉 감독의 재능도 1990년대 영화광들의 공동체에서 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 감독이 봉 감독에게 출연을 제안했을 때 봉 감독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되고, 노란문의 여러 멤버 중 한 명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감독의 마음속으로 기획하던 것과 일치했다.

'노란문'에는 노란문 멤버들뿐 아니라 배우 안내상과 우현도 등장한다. 당시 노란문의 리더 최종태 감독과 친분이 깊었던 두 사람은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함께 본 송년회에도 참석했다.

봉 감독의 '마더'(2009)에서 주연했던 배우 김혜자의 인터뷰도 나온다. 그는 노란문 멤버들이 자신의 집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 연습을 하던 모습을 얼핏 내다본 기억을 털어놓는다.

1990년대 청춘의 이야기인 '노란문'은 405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꿈을 키워가는 청춘의 이야기란 점에서 이 시대 젊은 관객들에게도 호소력을 가진다. 이달 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관객과의 대화(GV)에서도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 감독은 "20대 관객들이 울기도 했고, 자기 경험의 이야기도 많이 했다"며 "노란문 멤버들의 이야기에 요즘 관객들도 반응하면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도 이 감독은 젊은 관객들을 염두에 둔 듯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처럼 지금도 젊은 분들은 혼란스러울 거예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중에도 접점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나중에 그 만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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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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