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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건수 압박에 달리다 ‘쾅’…배달라이더 3명 중 1명 사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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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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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 3명 중 1명은 최근 1년 안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경험율에는 배달건수와 노동시간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배달노동자들은 프로모션과 건수 압박 등으로 주 평균 54시간 이상 과로에 시달렸으며 통상시급은 1만1700원 수준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정책연구원과 배달플랫폼노조는 국민입법센터에 의뢰해 지난 7월24일부터 8월23일까지 전국 배달노동자 1030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배달노동자들은 1주일에 5.7일, 54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9.5시간 꼴이다. 배달이 ‘주업’인 노동자는 1주 59시간, ‘부업’인 노동자는 31시간 일했다. 오후 10시 이후 심야노동을 하는 날도 1주 3.5일에 달했다.

배달노동자들은 1주 평균 161건의 배달을 소화하며 월평균 284만원을 벌었다. 주휴수당과 연장 노동 수당을 고려해 환산하면 시간당 실제 통상시급은 1만1744원으로 분석됐다. 국민입법센터는 “일반 근로자처럼 사회보험 사측 부담금까지 계산에 넣으면 최저임금선상의 소득”이라고 했다.

최근 1년 동안 사고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33.2%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사고 경험자들의 사고 빈도는 1.7회였다. 사고가 잦지만 응답자 76.4%는 개인 자격으로 보험을 들고 있었고, 60.7%는 안전모 등 안전장구도 받지 못했다.

사고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변수를 분석한 결과 배달건수와 노동시간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노동자들은 위험운전을 하는 이유로 ‘이벤트·미션·프로모션을 완료하기 위해서(36.6%)’ ‘콜이 밀려서(32.1%)’ 등을 꼽았다. 낮은 수입을 만회하려고 프로모션 시간대에 최대한 많은 배달을 수행하거나 부득이한 변수로 위험운전에 내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리한 운전으로 건강도 상했다. 배달노동자 61.4%는 ‘아파도 일한다’고 응답했다. 주된 증상은 ‘디스크 등 허리와 목 통증(44.1%)’ ‘무릎·다리·발·어깨 등 통증(35.1%)’ 등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콜을 배정하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45.5%는 ‘알고리즘을 불신한다’고 답했다. 39.5%는 ‘배차기준 등 알고리즘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73.2%는 ‘알고리즘 정보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사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는 “배달노동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현실에서 플랫폼들은 일방적으로 라이더의 노동조건을 언제든 저하시킬 수 있다”며 “단체교섭에 의한 노동조건의 집단적 결정이라는 원칙을 회피하는 구조를 통해 근로자 인정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노동자에 대해 근로자성 추정 규정을 두고,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외형상 사용자와 함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노조법(노란봉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생활물류서비스법에 장시간 노동을 유인하거나 과속을 유도함으로써 위험 요인이 되는 프로모션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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