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부 유대인들도 가자지구 공격 반대 목소리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23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에서 개최된 유럽연합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의 개시를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룩셈부르크/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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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때문에 숨진 가자지구 사람이 5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적대행위 일시 중지를 촉구하는 등 유럽에서 전쟁 격화 반대가 커지고 있다.
보렐 고위대표는 23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에서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한 뒤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충분히 공급하고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인질을 구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적대행위 일시 중지를 촉구했다. 그는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이 제안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유럽연합이 적대행위 일시 중지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도울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적대행위 일시 중지가 휴전보다는 “덜 야심찬 목표”라고 인정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전기 공급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기가 없으면 바닷물 담수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 식수를 구하기 어렵고 병원도 거의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등으로 사망한 이들은 23일 오전에 5000명을 넘어섰으며 이스라엘인 사망자도 지금까지 1405명 발생했다. 두쪽의 부상자도 2만명을 넘는 등 인명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6~27일 열릴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적대행위 일시 중지 제안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가디언은 이런 내용을 담은 초안이 이미 마련됐다며 초안에는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 필요성과 “지역 내 분쟁 격화” 억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보렐 고위대표의 제안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아일랜드,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외교장관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엄청나다”며 “우리는 가자지구 민간인들과 하마스를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지원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테러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 보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비롯된 테러가 이어지는 한 인도주의적 재난을 끝낼 길은 없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도 “물론 모두가 폭력 종식을 바라지만,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 거주하는 일부 유대인들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비판에 동참하고 나섰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이런 비판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와 런던부터,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까지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 표시를 위해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동참하는 유대인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지휘자 겸 작가인 조너선 오피르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는 국제 흐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크게 넘어서는 학살 행위에 나서도록 승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가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우호적인 여론 형성 등을 위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정착민-식민주의자 의제 아래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면서 우리를 국가의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1년 이스라엘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한 여성인 나마 파르준(54)은 스스로를 시온주의(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추진한 민족주의 운동)에 반대하는 유대인으로 규정했다. 그는 “인종 차별 국가의 특권 시민으로 사는 짐을 견딜 수 없어 (이스라엘을) 떠났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동료 팔레스타인 시민 차별” 때문에 매일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사는 일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비판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영국 시민권자인 톰 런던은 “내가 소셜미디어에 유대인으로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히자 온갖 공격을 당했다”며 유대인이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대인 단체인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는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시작했으며 23일까지 전 세계 이스라엘 시민권자 1384명이 동참해 목표 인원인 1천명을 넘어섰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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