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원인 불법건축 관리 실태
체납 늘고 압류 줄어…“해결 의지 없다”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문화거리의 한 음식점. 테라스를 무단증축해 지난 7월 불법건축물로 지정됐다. 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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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년여 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문화거리의 한 음식점. 참사가 발생한 골목으로부터 불과 200m 떨어진 곳이다. 테라스 부분을 5.4㎡ 무단 증축해 테이블을 배치한 모습이 눈에 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곳은 불과 3달 전인 지난 7월 불법건축물로 지정됐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해밀톤호텔의 무단 증축 구조물이 지적됐지만, 전국 지자체의 불법건축물 관리 실태는 오히려 더욱 부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을 체납한 이들은 늘어난 반면, 이들에 대한 지자체의 재산 압류는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각종 안전사고 원인이 되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당국의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불법건축 체납 늘고 압류 줄어=24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불법건축물에 부과한 이행강제금 체납률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6월 기준 40%로 11%포인트 늘었다. 이는 4년 전인 2020년(17%)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20% ▷2022년 29%로, 해마다 늘어왔다. 서울로 좁혀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내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체납률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6월 기준 40%로, 13%포인트 증가했다. 이행강제금은 지자체가 불법건축물 철거를 명령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시에 연 2회 이내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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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불법건축물은 이태원참사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해밀톤호텔이 무단 증축한 테라스(17.4㎡)가 참사 발생 골목길 윗부분에 있어, 참사 당시 인파가 테라스를 지나 좁은 내리막길로 몰리며 병목 현상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76) 씨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불법건축 이행강제금이 체납되면 지자체가 소유주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이행강제금 체납 건수는 6999건이지만 이에 대해 재산 압류가 완료된 곳은 21%(1518곳)에 불과했다. 2020년(48%)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 수치다. 서울 역시 올해 이행강제금을 체납한 불법건축물 1188건 중 53%(549건)에 대해서만 압류를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설치된 추모공간.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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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조회’ 안 되면 압류 못 한다?=당국과 지자체에선 압류를 진행하려 하더라도 소유주 재산이 조회되지 않으면 압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체납자 재산 조회를 통해 재산을 확인해야 압류가 가능한데 압류할 재산이 없거나 소유주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행강제금을 조금씩 나눠 납부하며 압류를 피하는 이들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금액이 많을 경우 조금씩 나눠서 납부한다면 압류까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밀톤호텔 역시 이런 방법으로 9년간 5억여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텨왔다. 상업건물의 경우 불법건축물을 철거하는 비용보다 이행강제금을 내며 영업을 지속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실한 불법건축 관리는 안전사고를 재발할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단 증·개축 등 과정에서의 허술한 시공은 특히 안전에 대해서 허술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 신고 없이 무단으로 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 점검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건축으로 적발되는 건물 대다수는 사전에 신고를 하지 않은 신축·증축·개축·재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불법건축 2만3728곳 중 87%(2만678곳)가 이에 해당했다.
▶“불법건축 해결 의지 안 보인다”=전문가들은 불법건축에 대한 시정 및 압류 조치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건축물들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당국의 의지 부족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압류를 위한 재산 조회 과정에선 체납자들이 이미 재산을 빼돌린 상태에서 재산이 없는 것으로 조회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며 “불법건축된 부동산 자체를 압류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기원 의원은 “일부 불법건축물은 적발 후 철거, 재위반을 반복하며 제재 조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참사 후 1년,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단속권한과 인력, 조치 절차 등 제도적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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