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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4년 전 빗장 열어젖힌 일본…日재류청 차장 “아직도 부족”[저출산 0.7의 경고-일본 이민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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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19년 출입국재류관리청 신설·특정기능제도 도입

한국, 1993년에 만든 고용허가제에서 제자리걸음

日 마루야마 차장 “일본, 아직도 일손 부족…더욱 확대할 것”

헤럴드경제

일본 도쿄 출입국재류관리청 집무실에서 마루야마 히데하루(丸山秀治·59) 출입국재류관리청 차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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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쿄)=안세연·박지영 기자] 이주민 유입 관련 정책에 관한 한 폐쇄적이었던 일본이 달라졌다. 한국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선택받는’ 국가가 되겠다며 적극적인 외국인 수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민청을 2019년 4월에 신설해 사령탑이 생긴 게 대표적이다. 현재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가 잠깐 살다가는 게 아니라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공생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민청 설립조차 논의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제도도 2004년에 만들어진 고용허가제에 의존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최대 체류 기한에 한도가 있고, 이직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시민단체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도다. 일본은 고용허가제와 비슷한 제도인 기능실습생 제도에 더해 2019년부터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에 무기한 체류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대로면 한국이 이민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한국의 이민청 격인 출입국재류관리청 마루야마 히데하루((丸山秀治·59) 차장을 인터뷰했다. 일본에선 ‘이민청’, ‘이민정책’이란 단어를 정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민’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일부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차장은 본인을 ‘이민청’ 차장 등으로 수식하지 말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마루야마 차장은 1987년 3월 히로시마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2019년 4월 법무성에 들어가 입국관리국에서 30년 가까이 외국인 관련 정책 전문가로 일했다. 지난 2015년 4월에 출입국관리과 국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부터 출입국재류관리청 차장에 임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민청을 설립한 지 4년 6개월이 지났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꾸준히 늘고있는데, 부작용은 없나.

▶부작용은 특별히 없다. 지난 8월 기준 18만명의 특정기능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를 겪으면서 일손 부족이 문제 아닌가.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특정기능 비자)제도를 만든 이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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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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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 기능실습생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에서 기능을 배운 뒤 자국으로 돌아가 활용하라는 취지였다. 반면 특정기능제도는 일본의 일손이 부족한 분야에서 활약해달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일본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게 하자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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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특정기능제도의 범위를 더 넓힐 계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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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특정기능의 분야가 조선, 건설, 숙박, 농업, 음식료품제조업 등 12개다. 이 분야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럭 운전 등 물류 업계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인데, 내년 4월부터 ‘잔업 시간 규제'라는 정책이 시행된다. 일하는 시간이 제한되는 정책이라 현재 인원으로 업무가 돌아갈 수 없게 되므로 국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스럽다.

-논의하고 있는 단계지만, 축소가 아니라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정해진 것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의논을 시작할 계획인데, 역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크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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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출입국재류관리청 집무실에서 마루야마 히데하루(丸山 秀治·59) 출입국재류관리청 차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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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외국인 인재를 두고 경쟁·협력하는 시대가 됐다. 일본의 강점은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은 ‘외국인이 왔을 때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두고 고민하는 게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임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조금 더 높더라도, 일본에선 ‘안심하고 살아가며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일본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를 우려하는 등 두려움이 존재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할 때 국가적으로 여러 의논이 오갔다. 일본 자국민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지, 치안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지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에선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손이 부족한 분야에서 외국인 인재를 들여오는 것이므로 일본에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이민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이민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대통령제라 역시 중앙부처에 의한 제도 변화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변화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의 여러 정책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이직이 원칙적으로 금지고,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하다. 연간 약 133억엔(한화 1200억원)에 육박한다.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도 기능실습생 제도에선 이직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가 있어도 본인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특정기능제도에선 이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본인이 회사를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 임금 체불 같은 문제가 ‘제로’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다른 회사를 택할 수 있어 문제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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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국의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일본의 키쿠치 히로시 출입국재류관리청장이 면담을 가졌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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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인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국가다. 서로의 과제를 논의하고, 앞으로 정보를 교류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어떤 우대가 가능한지 고민하고 있다. 특정기능제의 경우 입국 가능한 노동자 수의 상한선을 늘린다든지. 또 IT기술자의 경우 원격 근무가 가능하지 않나. 이들이 외국에 있는 회사에 직접 출퇴근하지 않더라도 체류 자격을 부여해 일본 국내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이 추구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일본인과 외국인이 서로 존중하고 룰을 지키자는 게 기본이다. 체류 기간을 잘 지켜야 하고, 생활면에선 일본의 교통, 분리수거 문화 등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입국재류관리청에선 일본 문화를 설명하고 교육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민청 설립을 추진 중인 한국 법무부에 조언을 부탁한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 닮은 국가이기 때문에 협업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변화가 빠른 국가이기 때문에 이민청 설립도 전혀 늦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보다 앞선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notstrong@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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