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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긴급회의 열고도 ‘이-팔 전쟁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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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이 이스라엘 편향” 논란 확산

한겨레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화면 속 인물)이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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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17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전면 봉쇄에 대한 내부 입장 차이 해소를 위해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논란을 해소하진 못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으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를 논의했으나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상회의(이사회) 사이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결과 일관성이라는 두가지 원칙 아래 행동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셸 상임의장은 회의 도중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을 당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보도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가자지구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도 엇갈린 태도를 드러냈다. 미셸 상임의장은 “기본적인 기반시설을 차단하고 물과 전기를 끊는 것은 국제법에 맞지 않는다”고 했지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회원국 지도자들이 지난 15일 내놓은 성명을 보라며 언급을 피했다.

유럽연합 내부의 견해 차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이틀 만인 지난 9일 집행위원회가 팔레스타인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가 이사회 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이 방침을 철회하면서 표면화했다. 내부 갈등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이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더욱 커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는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유럽연합 회원국 외교관들과 유럽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회원국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소수의 보좌관들과만 논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그녀가 점점 더 여왕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유럽의회에서 ‘사회민주진보동맹’을 이끌고 있는 이라체 가르시아 의원은 “분쟁 지역을 방문할 때는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하며 방문 그 자체와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메촐라 의장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유럽연합 조직의 최고 대표들은 회원국을 포함한 유럽연합 전체의 입장을 대변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메촐라 의장은 모두 유럽의회 내 중도우파 세력인 ‘유럽국민당’(EPP) 소속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 내 좌우파의 시각 차이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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