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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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후 김기현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일요일인 15일 오후 긴급 소집된 국민의힘 의원총회.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 김밥까지 투입된 이날 의총에선 26명 의원이 발언하느라 4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김 대표 체제 유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같이 한 소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 할 소리를 하라”는 주문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모두 들은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날 무렵 마이크를 잡았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김 대표가 새로운 각오 정도를 말하고 발언을 끝낼 줄 알았지만 김 대표는 “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했다면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대통령실을 비판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물밑에서 대통령실에 본인의 의견을 전달한 사례를 열거했다.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바꾸는 개각 필요성과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선 당의 의견을 용산에 전달했다”는 식이었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 12일 김행 전 후보자 사퇴를 본인이 주도했고, 지난 8월 이 전 장관 교체도 본인의 건의를 받은 대통령의 결단이란 설명이었다.
김 대표는 평소 주변에 3·8 전당대회 직후 당직 인선을 하면서 “대통령실 내정자”라는 소문이 돌던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당 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걸 자신이 용산의 뜻을 꺾은 것이란 취지로 얘기하곤 했는데, 의원들에게도 이런 사례를 알린 것이다. 김 대표는 30여분간의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이 대통령실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이 적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나는 친윤도 윤핵관도 아니다. 내년 총선은 절대적으로 공정하게 치러질 것”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원들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 말을 듣고 ‘아, 그랬구나’ 이해가 된 게 아니라 ‘왜 이제 와서 저런 소리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따지고 보면 그게 무슨 대단한 반대였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애초 친윤계가 김 대표를 재신임하려고 짜고치는 고스톱 느낌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사퇴하라고 말해봐야 소용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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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의총 다음날인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정·대 관계에서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그 시정을 적극 요구해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평소 윤 대통령 참석 행사에는 대표부터 사무총장까지 지도부 전원이 달려가는 일이 잦았는데, 17일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 행사에는 당초 예정과 달리 김 대표가 참석을 전격 취소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간 소통은 원활하게 잘 되고 있었다”며 “다만 그 과정이 국민께 어떻게 비치느냐가 문제인데,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게 있었다면 그런 부분까지도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패배 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수평적 당정 관계’로의 변화에도 골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3·8 전당대회 직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공개 만찬 때 나온 회동 정례화 실천이다. 전당대회 직후 닷새 만에 윤 대통령은 지도부와 만찬을 하며 “한 달에 두 번도 만나자”며 정례회동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중단된 상태다. 4월 20일과 5월 2일 진행된 만찬 이후 5개월 넘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도부에선 “지금까지 비공개적으로 대통령실에 건네던 메시지를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전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쳇말로 ’공개적으로 들이받는’ 액션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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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제 당이 변할 수 있느냐다. 이른바 ‘이준석 사태’를 겪은 뒤 치러진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는 “당정 분리를 할거면 여당을 왜 하느냐”, “대통령과 여당은 부부관계”라는 식으로 당정 일치를 강조했었다. 당정 파열음이 더 문제라는 인식이었다. 실제 김 대표는 의총 때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여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해서 결국 보수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느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비윤계 의원은 “의총 때 당정 관계를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해놓고 내놓은 당직 인사가 결국 친윤 일색 아니었냐”며 “김 대표가 대통령실과 엇박자가 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벌써부터 총선 때 검사 공천설과 대통령실 행정관 대거 출마 등의 뉴스가 쏟아진다”며 “김 대표가 당과 용산 사이에서 중심을 제대로 못잡으면 당이 또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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