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尹발표' 보도 이어지자 17일 저녁 의료계 대표자 긴급회의 소집
이필수 의협회장 "現정부 '공정과 상식' 믿어…의정협의체서 논의돼야"
즉각적 총파업엔 선 그어…"과학적 정책·필수의료 인력 재배치" 등 강조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후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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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정부가 의료계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하고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당정은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었다는 판단 아래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이같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관련 발표에 나설 거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소재 의협회관에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소집한 의협은 2시간 10여 분의 논의를 거쳐 '전국 의사·의료계 대표자 일동' 명의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9월 4일 문재인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협의한 의·정 합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된 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란 취지다.
이들은 "이러한 약속을 믿고 의사들은 지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의료현장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 왔다"며 "의협은 그간 9·4 의정합의를 존중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한 축으로 의료현안협의체에 책임감 있게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각종 대책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력해 온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의대정원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경우 "이는 9·4 의정합의를 명백히 파기하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자들과 함께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2020년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의협과 협의하겠다고 한 2020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효적이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필수·지역의료의 열악한 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1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 발표가 이뤄질 경우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의협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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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의협은 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의사 수가 늘면 해당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자연히 유입될 거란 전망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단순 증원보다 인력 재배치를 위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우선이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정책이 진행될 경우, 이후 야기될 필수의료·지역의료의 붕괴와 우리나라 의료공백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의료계와의 약속과 신뢰를 무참히 저버린 정부에 있게 될 것"이라며 "2020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라고 덧붙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7일 "이공계에 갈 인재들이 다 의대로 쏠리게 된다면 이공계는 사실 더욱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장기적으로) 정말 발전하려면 여러가지를 균형감 있게 (정부가) 고려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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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결의문 발표 후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여론조사상) 국민 70%가 의대정원 증원을 원한다고 하는데, 필수·지역의료 (인력)배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이 논의의) 주가 돼야 한다"며 "몇십 년 전에는 의사 수가 더 적었는데도 ('응급실 뺑뺑이' 등) 이런 일이 많지는 않았잖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복지부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의대정원 문제로 덮으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실제로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제안과 의대정원 및 배치 문제는 복지부에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회장도 "저희도 저희지만, 아래로부터, 전공의·의대생들로부터 (올라)오는 투쟁 열기가 굉장히 거세다. 특히나 의대생들은 지금 동맹휴학 등의 말도 나오고 있더라"며 "만약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여론 수렴, 다양한 지역의 집회 등을 거쳐 마지막 단계로 회원 투표를 통한 총파업에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은 즉각적인 파업 돌입 여부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아직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또한 연이은 언론보도와 달리, 공식적으로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와 발표시기 모두 '미정'이라고 밝혀 온 정부의 말을 믿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공정과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도 충분히 상식적이고 공정하리란 신뢰를 가지고, 정부와 우리가 논의해서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의대정원 문제를 먼저 현안으로 띄운 상황을 들어 '상호 신뢰관계가 정말 맞느냐'고 질의한 취재진에게는 "그런(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하는 것은 정부의 희망일 것"이라며 "언론에서도 (100%) '사실'로 확인한 건 아니잖나"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일각에선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과 더불어 세부논의가 좀 더 필요하단 이유로 19일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과 추진계획을 공언하는 수준에서 발표가 마무리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최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증원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이 회장은 "이런 지엽적 문제로 갈등하고 한 번 (의정) 관계가 나빠지면 각종 협의체는 중단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며 "슬기롭게 극복해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의대정원을 늘리는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의협이 생각하는 '증원규모 마지노선'을 묻자, "그건 '전략'이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의협은 의대정원 관련 논의가 절차상 의·정협의체에서 결론을 낸 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으로 넘어가는 게 맞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환자단체·시민단체 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의대정원 문제는 전문가들끼리,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를 고민하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오프라인 현장 36명, 온라인 45명 등 총 81명의 의료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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