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유주택 브랜드 홈즈컴퍼니 이태현 대표
LH·삼성물산 등 거친 도시계획전문가
청년들 열악한 주거 환경에 창업 결심
2017년 공유주택 '홈즈스튜디오' 선봬
화장실 갖춘 침실 등 '방 아닌 집' 제공
라운지·주방 등 커뮤니티시설은 공유
7년만에 국내외 객실 600여개로 늘어
올 글로벌 펀드서 3000억 투자 유치
日 부동산 대기업과 손잡고 도쿄 진출
3년내 美 공략···15만 가구 운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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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생활 5년 차인 직장인 김 모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재택근무를 할 때면 답답한 방, 시끄러운 카페 대신 건물 맨 위층에 있는 ‘공유거실’을 찾는다. 입주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대단지 아파트 필수 커뮤니티 시설로 꼽히는 독서실과 카페테리아를 합친 형태로,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기까지 갖췄다. 가끔은 애플리케이션으로 파티룸을 예약하고 친구들을 불러 축구를 보며 맥주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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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나 직장 근처에서 자취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명 ‘자취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유주택의 모습이다. ‘코리빙(coliving)’으로도 불리는 공유주택은 침실은 각자 따로 쓰고 거실·주방·피트니스룸 등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의 임대주택이다. 아파트 한 채를 여러 명이 나눠쓰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화장실이 딸린 별도의 방에서 생활하면서 아파트에서나 누릴 법한 커뮤니티 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 건물에서 사는 입주민들과 계약을 맺은 집주인이 한 명으로 모두 같다는 점도 기존 오피스텔과의 차이점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공유주택을 선보인 이태현 홈즈컴퍼니 대표를 17일 서울 강남구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점에서 만났다. 국내 첫 공유주택 브랜드인 ‘홈즈스튜디오’는 2017년 1호점인 남영역점에서 출발했고 7년 만에 지점은 국내외 포함 총 7개, 객실 수는 600여 개로 늘었다. 일본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신도시 개발 업무를 주로 맡았던 이 대표는 국내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바라보며 ‘한국형 공유주택’을 기획했다. 그는 “부모 품속을 떠난 한국 청년들이 집이 아니라 방에서 살고 있었다”며 “집다운 집에서 살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홈즈스튜디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은 10평(33㎡) 남짓한 40㎡ 이하 면적의 집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탁 공간을 비롯한 주방·화장실·침대에 빨래건조대를 펴고 팬데믹으로 늘어난 재택근무에 책상이라도 놓으면 발 디딜 공간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찌감치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청년들의 주거 환경 변화를 몸소 경험한 이 대표는 한국에서의 공유주택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일본의 경우 40년 전인 1980년대부터 공유주택 서비스 회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관련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보유한 주택 수만 100만 가구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일본의 20~30대 직장인이 자취방을 고를 때 직주 근접에 이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리자가 누구냐는 것”이라며 “공유주택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개인 임대인보다 서비스의 질이 보장된 기업이 운영하는 곳에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오피스텔의 임대료가 비쌀 뿐 아니라 어떤 임대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이 임대인이 돼 전세사기와 같은 위험을 없애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임대료나 각종 이용료를 낮추면 청년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의 거리가 불과 40m인 홈즈스튜디오 남영역점(면적 14.3㎡, 주방·화장실 포함)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5만 원(관리비 8만 원 별도)이다. 공용 공간으로는 거실과 대형 주방, 코인세탁실·트레이닝룸 등이 있다. 이 대표는 “홈즈스튜디오의 임대료는 인근 시세 대비 5%가량 비싼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평균 거주 기간은 최소 계약단위(3개월)보다 긴 1년”이라고 설명했다. 지점마다 위치에 따라 라운지의 콘셉트도 다르다. 선릉역점은 거실, 남영역은 업무, 망원점은 루프톱에 힘을 줬다. 입주민들은 앱을 통해 출입부터 공간 예약, 대형 세탁기 등 각종 이용료 수납, 불편사항 접수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홈클리닝 서비스 ‘청소연구소’와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홈즈스튜디오 입주민만의 혜택이다.
이 대표는 LH와 삼성물산 등에서 신도시 개발 업무를 맡았던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가 공유주택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 같은 경력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본과 영국 등 각 나라의 신도시를 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연구한 게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규슈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미쓰이부동산·도큐부동산 등 건설기업이 아닌 부동산 대기업들이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맡는다. 이 대표는 “일본의 부동산 기업은 ‘분양’이 아닌 ‘운영’을 하기 때문에 도시 공간이 지속 개선될 수 있다”며 “공간을 운영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데 방점을 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를 나와 2009년 창업을 했다. 첫 시작은 카페와 농업회사법인을 통한 스마트팜이었다. 이 대표는 “신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며 “공간 창출에 따른 일자리 생성을 목표로 했는데 도심은 땅값이 비싸니까 교외로 나가 농업과 외식산업에 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사세가 확장되자 2015년 홈즈컴퍼니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 공유주택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만큼 결코 쉽지 않았다. 공유주택에 대한 정의가 아직 정확하지 않았던 만큼 초기 입주민들은 막힌 변기 뚫기부터 전구 갈기까지 ‘호텔급 서비스’를 원했고 이를 조율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서비스 운영이 점차 안정되자 입주민들은 가치를 창출해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입주민은 취미가 발레였던 분”이라며 “넓은 공간이 필요해 기존 자취방에서는 불가능했던 발레를 공유주택 운동룸에서 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공유주택에 조식 서비스나 출근 전 요가 수업 등 콘텐츠도 도입할 예정이다.
올 초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ICG와 국내 공유주택 및 숙박시설 공동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3000억 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건물 두 곳의 매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외국 자본을 통해 임대주택을 만든 첫 사례가 된다. 이 대표는 “1인 가구 증가와 부동산 가치 상승 한계 전망 등으로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K공유주택’을 내세워 해외시장 진출 기회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공유주택 시장은 최근 유럽계 프롭테크 기업인 해빗(Habyt)이 싱가포르를 비롯한 각 나라의 1~2위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홈즈컴퍼니는 올해 일본법인을 설립하고 도쿄 신주쿠 인근에 첫 해외 1호점을 냈다. 현지 최대 부동산 기업인 도큐부동산과 손잡고 건물 일부를 사들여 공유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본에 진출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밀레니얼 외국인이 주 타깃이다. 이 대표는 “일본은 외국인들이 집을 얻기가 어려운 탓에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해야 한다”며 “주거부터 주변 일상생활까지 서비스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이를 위해 K팝 아이돌그룹인 트리플에스와 협약을 맺고 K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커피는 스타벅스, 가구는 이케아처럼 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3년 내 미국에 진출해 총 공유주택 15만 가구를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1974년 서울 △영동고 △연세대 도시공학과 △일본 규슈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 석·박사 △2002~2006년 한국토지주택공사(신도시 개발 담당) △2006~2009년 삼성물산(용산국제업무지구 담당) △2009~2015년 트리니티홀딩스 대표이사 △2015년~현재 홈즈컴퍼니 대표이사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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